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내일 처리할 업무를 생각하느라 잠 못 드는 밤이 얼마나 괴로운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종종 벼랑 끝을 걸으며 사는 것 같고, 꼬리를 무는 걱정이 일상을 덮칠 만큼 불안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는 왜 이토록 예민하게 태어나서 마음고생을 하는 걸까?’라고 자책 해 봤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했던 1학기를 마무리할 즈음, 온·오프라인 혼합수업 우수사례 공모전이 있었다. 휘경의 수업, 두 개가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준비 및 선발 과정에서 우리의 ‘예민함’에 대해 생각했다. 

‘예민하다’라는 형용사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혹은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갈등이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의 저자, 전홍진 교수는 말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다 인풋(input) 된다고. 본인이야말로 무뎌지고 싶은데 자동으로 다 보이고 들리게 느껴진단다. 그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내용뿐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과 손짓 등이 다 들어오고, 그러다 만약 상대가 눈을 찌푸리기라도 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생각하는 등 예민한 사람들은 세상사 모두를 자기 때문이라 연결해 생각한단다. 이런 걸 관계사고(ideas of reference, IDR)라고 한다는데 딱 내 얘기 같다. 예민한 사람은 온갖 데 신경을 쓰니 몸도 마음도 힘들 수밖에 없다. 쉽게 지치는 이유다. 

반면 예민한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포착하기 때문에 예술가 등 큰 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성격이 둥글둥글한 예술가는 잘 없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은 흔히 사람들이 조울증으로 알고 있는 양극성 장애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조증이 있을 때는 넘치는 에너지로 1년에 20곡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는데. 의외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창작 활동이 적은 우울증 시기에 나왔다.

실지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자기 성격에 주의를 기울이면 예민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기 일을 더 잘 성취해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꼼꼼함, 세심함, 완벽주의적 기질은 조절만 잘하면 자아 성취의 최고 단계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예민함을 조절하고, 걱정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배분하라 한다. 

붓다는 거문고 줄에 비유해 조절을 이야기한다. 너무 급히 하지도 말고 너무 게을리하지도 말고 오직 중도로써 마음을 골라 써야만 몸도 마음에도 병듦이 없어서 청정 안락하다고. 

교전 속 ‘골라 맞다’라는 표현, 30여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나온다. 고르게, 고르자.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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