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안암교당 교무

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여러분은 인생에 있어서 언제가 봄날이었습니까? 
저는 과거에 청소년기관을 운영하면서 “우리 기관에 봄날은 없고 항상 시린 겨울만 있구나”라고 한탄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봄날을 기다리며 힘들게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어느 때가 봄날이고, 어느 때가 시린 겨울인가? 봄날만이 좋은 것인가? 환경의 변화에 나의 마음은 왜 이리 요동치는가?”

대산종사께서는 저와 같은 철없는 중생을 위해 다음과 같은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철든 사람은 음양상승(陰陽相勝)의 도를 보아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천지의 춘하추동과 우주의 성주괴공의 이치를 깨달아 일생과 영생을 잘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널뛰는 것과 같다. 널 뛸 때 가운데 앉아 있으면 이쪽저쪽에도 기울지 아니하고 편안하나 양쪽 끝에 있으면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음양상승하는 도를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와 길흉화복(吉凶禍福)과 빈부귀천(貧富貴賤)과 고락영고(苦樂榮枯)의 변화하는 사이에서 널을 뛰게 된다. 그러므로 흥하면 항상 흥할 줄만 알고 흥에 빠져 흥청거리다가 망하게 되고, 망하면 항상 망할 줄만 알고 망에 빠져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흥할 때 망이 바로 따르고, 망할 때를 잘 넘기면 흥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 흥망 어디에도 끌리지 말아야 한다.” 
 
‘음양상승의 도’와 마음의 널뛰기
‘음양상승의 도’를 깨닫지 못하면 환경의 변화를 따라 마음이 널뛰기를 합니다. 저는 기관 운영 초기 ‘음양상승의 도’를 깨닫지 못해 마음의 널뛰기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기관장 교육이 있어 출장을 갔던 날 오전 10시쯤 예고도 없이 부시장이 우리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일이 꼬이려고 했는지 수련관 직원들이 부시장의 질문에 대답을 잘 못했고 기관의 특성을 잘 모르는 부시장은 평일 오전인데도 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없다고 기관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담당 과장에게 기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소위 기관 운영을 잘 못한다고 부시장에게 찍히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 부시장은 시에서 주관하는 회의 때마다 우리 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습니다. 그로인해 기관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해 7월경 부시장이 위원장이 되어 기관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하기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음양상승의 도’에 의하면 그해 7월은 기관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황, 즉 음이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법훈편 31장에 “극하면 변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이므로, 개인이나 가정이나 단체나 국가나 모두 그 왕성한 때를 조심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의미는 극하면 변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이므로, 최악의 상황일 때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도 될 것입니다.

기관 활성화 대책회의가 개최되기로 결정됐을 때, 기관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었고 저를 포함해 직원들은 부시장에 대한 원망이 매우 컸습니다. 그때 이렇게 가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즉 기관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결정된 일에 대해 불평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이 회의를 오히려 우리 기관을 홍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고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이러한 대응으로 인해 기관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기관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 이후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해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옵니다. 기관 활성화 대책회의를 통해 ‘우리 기관이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음이 밝혀졌고, 오히려 주변 기관들의 많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시는 기관 활성화를 위해 1억2천만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줬고, 시 도로과에서는 기관을 찾아오기 쉽게 도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 줬으며,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기관 홍보를 해줬습니다. 
 

“흥할때 망이 바로 따르고 
  망할때를 잘 넘기면 
  흥이 따름을 알아 
  흥망 어디에도 끌리지 말아야”

요제임천 가색유인(霽任天 稼穡由人)
정산종사께서는 “요제임천 가색유인(潦霽任天 稼穡由人)”이라 하셨습니다. 이 말은 “장마 지고 개는 것은 하늘에 맡겼지만 심고 가꾸기는 사람에게 달렸다”라는 뜻입니다. ‘음양상승의 도’를 따라 변화되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상황들은 우리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뿐입니다.

이후 우리 기관에는 봄날만 계속 되었을까요? ‘음양상승의 도’를 따라 좋은 일도 있었고 궂은일도 있었습니다. 음양상승의 이치를 모를 때에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좋아만 했고, 궂은 일이 있으면 절망에 빠지는 등 마음의 널뛰기를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음양상승의 이치를 깨달아 공부길을 잡고 보니 이제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마음이 널뛰기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흥할 때 망이 바로 따르고, 망할 때를 잘 넘기면 흥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흥망 어디에도 끌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됐습니다. 일이 잘 될 때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게 됐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남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수련관 직원들도 ‘음양상승의 도’를 깨우쳤는지 그 해 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관장님,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시에서 거는 기대가 더 커질 것이고 이제는 최우수 기관 이상의 성과를 내야 시가 만족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직원은 음 가운데에는 양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양 가운데에는 또한 음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깨우치게 된 것입니다.
 

“장마지고 개는 것은 
  하늘에 맡겼지만, 
  심고 가꾸기는 사람에게 달렸다”

 

“은에도 해에도, 
  어떤경계 속에도 집착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해야”


우주론적인 은생어해 해생어은
주산 송도성 종사께서는 후진들에게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을 우주론적으로 폭넓게 보아야 한다. 음양상승의 이치는 은과 해로서 순환 무궁하다. 그러나 은에도 해에도 집착하지 말고 어떠한 경계 속에도 집착하지 말고 어떠한 경계 속에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는 기관을 운영을 통해 ‘음양상승의 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어 지금은 ‘은생어해 해생어은’을 과거보다 조금 더 폭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장 눈앞의 유불리(有不利)와 이해득실에 사로잡혀 은과 해를 판단하지 말고 ‘음양상승의 도’를 따라 우주론적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음양상승의 도’를 아는 철든 사람은 환경의 변화에 마음이 끌려가지 않으며, 경계에 집착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나와 내가 처한 상황을 우주론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 가운데 양이 숨어 있음을 알듯이 해(害) 속에서도 은혜를 발견하고 늘 감사생활을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들고 어려운 이 때, 우리 모두 ‘음양상승의 도’를 깨달아 흥과 망, 부와 빈, 고와 낙, 은과 혜 등의 변화하는 사이에서 마음이 널을 뛰지 않고 편안한 가운데 감사생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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