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도
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깻잎 한 장을 밥 위에 놓고, 젓가락으로 곱게 감싸서 먹는다. 깻잎 위에 통깨와 고춧가루가 알알이 놓여 있다. 분명 깻잎 한 장 한 장에 양념을 각각 하신 것이리라. 심원교당 이도진 교무님이 담아주신 깻잎 김치이다. 그 정성에 밥맛이 더욱 좋아진다. 아마도 19년 동안 소태산 연화삼매지를 가꾸신 지극 정성이 더해졌으리라. 고창군 심원면 연화리에 있는 소태산 연화삼매지는 향토유적지로 지정됐다. 고창군 재정지원도 받고,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어느 가을날 도반들과 소태산 연화삼매지를 다녀왔다.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을 호젓하게 걸었다.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대종사가 얼음 물에 목욕했다는 우물가에 도착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연화삼매지 기념비가 있는 초막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대종사는 그 추운 3개월을 지내셨다. 대각을 1년 앞둔 시점이다. 

앞날이 깜깜하지 않으셨을까? ‘이 일을 어찌할꼬.’ 현재 내가 겪는 답답함이다. 대종사의 숨결과 그 고통을 느끼면서 깊은 호흡을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문을 듣고, 묵상심고를 올리고, 대종경 수행품을 봉독했다.

‘혹은 얼음 물에 목욕도 하며, 혹은 절식도 하고, 혹은 찬 방에 거처도 하여 … 난행 고행을 겪지 아니하고도 바로 대승 수행의 원만한 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것이 그대들의 큰 복이니라. 무릇, 무시선·무처선의 공부는 다 대승 수행하는 빠른 길이라 사람이 이대로 닦는다면 사반공배(事半功倍)가 될 것이요(대종경 수행품 47장).

집으로 돌아와서 교전을 다시 읽었다. 두 가지를 묵상한다. 첫째, 대종사는 직접 고생하면서 깨달으셨지만, 우리는 얼음 물에 목욕하지 않아도 된다. 몸 고생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들은 아주 큰 복을 타고 났다. 대종사가 닦아 놓은 법대로 실천하면 된다. 둘째, 바로 ‘사반공배’이다. 일하는 수고로움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성과는 두 배를 낸다. 대승 수행법인 무시선과 무처선은 4배 효과를 내는 사반공배 공부법이다. 사반공배는 지속가능성 지표인 ‘Factor 4’와 같은 뜻이다.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경제발전은 두 배로 늘이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소비하면, 지구 행성 4개가 더 필요하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Factor 4를 제안했다.

사반공배는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다.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에서도 가능할까? 또한 현재하고 있는 업무, 집안 일, 취미 생활 등에서도 가능할까? 

시간 투입을 반으로 줄이고, 그 효과를 두 배로 늘이는 방법이다. 일단 멈추고 생각해본다. 이대로 계속할까? 혹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요즈음 한 사람을 미워하고, 그 일로 사흘 동안 끙끙 앓았다. 이틀이 지나자, 몸이 바로 아프기 시작했다. 가장 약한 부분이 신호를 보낸다. 분노하는 마음을 없애기 보다는 분노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작정했다. 이 상황에서 얼마를 더 머물겠느냐? 시작에서 끝까지 결국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중간 중간 머무는 시간을 살폈다.  

고창 향토유적지인 소태산 연화삼매지는 교무님, 교도님, 교단의 19년 정성이 맺은 열매이다. 대종사 역시 20여 년 지극한 정성을 다하셨다. 심원교당을 다녀오면서 기다림을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소통방식, 산업정책, 정책방향이 열매를 맺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어쩌면 1년 후일 수도 있다. 아니면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매일 산을 오르내리셨던 교무님의 정성, 그 많은 깻잎을 한 장 한 장 양념을 하신 그 정성을 기억한다. 추운 겨울 산 중턱 초막에서 구도의 열정을 온통 바치셨던 대종사를 떠올린다. 나는 참으로 큰 복을 타고 났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0년 10월 0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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