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도
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미국과 중국 플랫폼기업인 아마존, MS, 구글, 알리바바는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한발 늦었던 유럽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었다. GAIA-X(가이아 익스)는 유럽 데이터생태계이다. 미국 기업에 종속되지 않기 위함이다. 유럽의 제조 생산, 신약과 제약, 원격의료, 인공지능, 자율주행, 농업, 공공서비스, 금융 부문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지키려는 것이다. 바로 ‘데이터 주권’이다. 데이터의 수집, 교환, 저장, 분석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

유럽 GAIA-X는 앞으로 아마존, 구글, MS, 알리바바 플랫폼기업을 이겨내야 한다. 최소한 이들과 협상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기존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어느 플랫폼이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까? 이에 유럽은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중앙집중형 클라우드에 분권형 블록체인을 연결한 연방형(federated) 조직을 설계한 것이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분권형 데이터관리 기술이다. 마치 스마트공장 주변의 엣지컴퓨팅 작업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모형이다.

어느 조직이 살아남을까? 플랫폼 기업이 단독으로 결정한다면, 유럽 GAIA-X는 다수 참여자가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흐름과 복합적인 생태계에서는 연방형인 GAIA-X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을 가진 경제 주체들의 집단지성이 살아있는 역동적인 혁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원불교는 중앙총부와 지역 교구로 연결된 연방형 조직구조이다. 개별 교당, 소속 교구, 중앙총부 그리고 다양한 산하기관, 봉사 및 활동 단체들이 소통하는 복합적인 조직이다. 어떠한 원칙으로 생태계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원불교 미래 비전과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약 300여개 기업실무자들이 GAIA-X를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설계한 2013년부터 시작된 방식이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정부정책에 접목시킨 것이다. 생산자가 소비자와 교감하고, 대화를 통해서 다시 교감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주제별로 워킹그룹을 만들고, 결과를 공유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둘째, GAIA-X의 중요한 원칙은 데이터 주권과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이다. 경제주체는 하나의 아이디(ID)로 농업, 이동, 생산, 건강, 공공, 금융 등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소비자 본인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될 때 비로소 ‘맞춤형’이다. 

원불교 교도 역시 맞춤형 서비스를 원할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병원과 약국, 음식물과 농산물, 유통과 물류, 움직임과 대중교통, 우울증 및 심리치료, 운동 및 취미생활,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어느 특정한 날에 어느 정도로 먹고, 얼마만큼의 휴식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이렇게 마치 나만의 주치의처럼 원불교 돌봄서비스를 받는 일이다. 원불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연결되면서 개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데이터주권과 상호호환성은 결국 또 소통의 영역이다. 소통역량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다. 특히 지속적인 소그룹 활동이 중요하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음에 존중받는 느낌을 가지며, 결정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실험하면서 찾아가는 여행이다. 운전 내비게이션은 도로, 교통, 주차, 주유소, 지리 등의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다. 디지털 세상은 기업, 산업, 업종,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서 네트워크를 연결한다. 단독으로 플랫폼 운영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조직구조로 새로운 문법이 실험되는 시기이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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