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17장에서는 “탐(貪) 진(瞋) 치(痴)를 대치하는데 염(廉) 공(公) 명(明) 세 가지가 필요하나니, 청렴은 탐심을 대치하며, 공심은 진심을 대치하며, 명심은 치심을 대치하나니라”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열 가지 죄에 대해 말한다. 몸으로 짓는 죄 세 가지는 살생, 도둑질, 간음이다. 입으로 짓는 죄 네 가지는 망녕된 말을 하는 것, 속으로는 불량한 마음을 품으면서 겉으로 꾸미는 말을 하는 것,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것, 악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죄가 바로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痴心)이다.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고 부른다. 탐심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욕심을 내어 집착하는 마음이고, 진심은 미워하고 성내는 마음으로 다스리기 가장 어려운 마음이며, 치심은 사물이나 현상의 도리를 이해 못하는 어두운 마음으로 번뇌의 근원이 된다. 과거 불교에서는 탐심은 계율, 진심은 선정, 치심은 지혜로 다스린다고 했다.

그런데 정산종사는 이 탐심, 진심, 치심을 대치하는 방법으로 청렴과 공심, 명심을 제시해 줬다. 청렴은 재물을 탐하지 않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니 만사에 탐내는 마음이 없으면 탐심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명심은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이니 평소에 잡념 망상을 줄이는 훈련을 하면 자연히 사물의 이치에 밝아질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진심을 대치하는 방법으로 공심을 말씀하셨다는 점이다. 과연 사람이 오롯한 공심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에서 화내는 마음이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일까? 필자가 얻은 답은 ‘그렇다’이다.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27장에서는 이 몸이 사은의 공물임을 알아서 보은의 의무를 다하고, 인생의 참 가치가 이타행에 있음을 알아야 공심이 양성된다고 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세상 만물이 다 부처님이니 부처님의 참 은혜를 알아서 매사에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섬기는 삶을 살면 자연히 공심이 양성된다는 것이다. 매사에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를 느끼고 보은의 도리를 실천해 가는 사람이 ‘원망심’을 낼 일은 없다. 원망하는 마음이 바로 진심의 뿌리다. 그래서 진심은 자기중심적인 사람, 곧 자신에 대한 집착이 클수록 잘 드러난다. 

대산종사는 공심(公心)이 바로 공심(空心)이라 했다. 나에 대한 집착, 모든 사념(私念)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사은에 보은행을 할 때 우리 마음속에서 ‘화’가 사라질 것이다. 이타행은 타인을 위하는 것 같으나, 정작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자신임을 알자. 지금 자신이 밉다면 자신이 곧 부처임을 알아서 스스로에게 불공하고, 다른 누군가가 밉다면 그가 곧 부처임을 알아서 정성을 다해 불공해 주자. 진심이 완전히 없어지면 바로 참 여래가 아닐까?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0월 2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