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문화에서 융합, 복합, 퓨전, 크로스오버 등 여러 가지 분야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이런 시도들이 처음에는 전통 고유의 것을 훼손한다고 우려하는 입장들도 많았으나 이제는 자연스러운 시대적 반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한 밴드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꽤 긴 음악이지만 나 역시도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 되는 것이다. 

바로 판소리밴드 ‘이날치’이다. 이 밴드는 기존의 음악형태와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락밴드의 베이스기타와 드럼 반주 위에 우리의 판소리가 얹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의상과 젊은 사람들이 입는 패션을 접목한 의상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댄스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함께한다. 

이 밴드의 가장 대표적인 노래는 ‘범 내려온다’로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익숙하면서도 새로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가 없다. 베이스기타의 단순하지만 흥을 돋우는 리듬이 나오다 젊은 소리꾼의 구수하지만 신선한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 음악에 맞춰 추는 쉬워 보이지만 신박한 댄스도 한 몫을 한다. 

예전에 판소리를 조금 배워 보았는데 국악의 맛을 살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나 매력적이기에 매료되기에는 충분했다. 판소리는 우리 백성들이 구전으로 만들어낸 우리 민중의 소중한 문화이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생각이 담겨있고 해학과 풍자로 힘든 시간을 이겨낸 힘이 들어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것이 많이 아쉬웠는데 젊은 음악인들의 흥미로운 활동으로 판소리의 많은 대목들이 재탄생되고 있는 모습이 반갑다. 나는 원래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잊고 있다가 이들의 활동을 보며 다시 관심이 생겨 이번주 주말 판소리 수궁가 공연을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틀을 깨고 낯선 것들을 엮은 이들의 시도가 통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나라 곳곳을 홍보하는 영상에도 출연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모든 세대와 나라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판소리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꼰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며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이들을 풍자하는 문화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윗사람의 말이라면 아닌 것 같아도 참았다면 요즘은 예의를 갖춰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이상적 모습으로 생각 되어진다. 

나도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치부하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먼저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강북교당

[2020년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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