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두부, 소시지, 라면, 쌀, 콩나물 등을 산다. 앞에 나열한 식품들의 단어를 보면 그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포장재는 집에 와서 재료를 꺼내는 즉시 쓰레기가 된다. 식품을 옮기는 과정을 위해 엄청난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격식을 포함시켜야 하는 선물의 개념이 되면 이 양은 더 많아진다. 명절 식품 선물세트는 과대포장 문제가 때마다 나오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명절이 지나고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보면 한숨만 나온다.

오래전부터 장바구니 쓰기 운동은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샵 즉, 포장 쓰레기 없는 가게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우연히 이곳의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분은 원래 유명한 백화점의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디자이너였다고 했다. 매월 그 시기에 어울리는 배경을 만들고 상품을 진열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분의 일이었다.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할 때쯤 그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판매를 위해 예쁘게 만들어 놓지만 한 달이 지나면 모두 버려져야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그분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제로웨이스트샵에 대해 공부했고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를 차려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그 가게를 찾았다. 자연물로 만들어진 행주, 치약, 수세미 등 생필품을 팔고 있었고 플라스틱 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각종 고체비누가 있었다. 비닐포장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파는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곡류나 식용유를 준비해온 통이나 주머니에 소분하여 무게를 잰 후 계산을 해가는 방식의 판매법이었다. 심지어 라면과 라면스프까지도 소분해서 사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지역의 채소나 과일을 1개당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역의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동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환경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1개씩 판매를 하니 식품을 낭비할 일이 없고 1인 가구에도 좋을 것 같았다. 물건을 담아갈 통이나 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에코백이나 텀블러 등을 기부받아 활용하고 있었다. 몇 가지 비건 즉, 채식으로만 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포장을 위해서는 본인이 담아갈 도시락을 가져와야 했다.

생각 없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다. 그 쓰레기는 무심코 버려져 뭇 생명들을 병들게 하고 심지어 죽게 한다. 내가 만들어 낸 쓰레기가 버리면 그만이 아닌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를 경험하며 그동안 인간들이 풍요롭게 지낸 만큼 다른 생명들과 지구는 많이 힘들고 아파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모두의 지구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를 권한다.

/강북교당

[2020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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