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정전』은 대종사 깨달음의 결정체다. 하지만 오늘날 완정된 『정전』은 오랜 세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대종사는 구도 끝에 깨달음을 얻고 일원상의 진리를 천명했다. 이후 유·불·선과 동학, 기독교 등의 주요 경전을 두루 열람하는 과정이 있었다. 한편 밖으로는 시대상황과 인심의 흐름을 살피며 훗날 ‘최초법어’라고 이름 붙여진 소박한 교화방책을 내기도 했다. 또 한편 친히 많은 시문을 읊어 법의대전(法義大全)이라는 이름으로 교재를 삼았으나 이는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정식 교서가 될 수 없다’하며 불태워 전하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9인의 표준제자를 얻은 뒤 정관평 방언과 법인기도를 마치고 봉래산에 은거한 대종사는 원기5년(1920) 4월 새 회상의 첫 교법 강령을 발표하니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이었다. 또한 『조선불교혁신론』과 『수양연구요론』을 초안했다.

 『혁신론』은 당시 조선불교를 개관해 혁신 방향을 기술한 내용으로 오늘날 원불교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여진다. 『수양연구요론』은 훗날 교단 초기 제자들의 공부 지침서 역할을 했던 일종의 수양서로 『정전』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통용됐으며 오늘날 『정전』 곳곳에도 그 영향이 남아있다. 

원기9년 정기훈련 11과목이 정해지고 상시훈련법을 마련해 훈련법이 체계화 됐다. 그 해 창립총회 때 『취지규약서』라는 이름으로 임시 교재를 보급했으나 그 내용이 미비해 원기12년 이를 보완한 『불법연구회 규약』과 『수양연구요론』을 다시 인쇄 보급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교리강령의 근본 취지를 크게 드러내지 못했으므로 그간 편편으로 제정 발표한 교리제도의 강령들을 정리 편집한 후 인쇄 발간하니 원기15년(1930)부터 원기25년(1940)까지 『통치조단규약』, 『보경육대요령』, 『보경삼대요령』, 『불교혁신론』을 비롯해 기타 교서인 『회규』, 『예전』, 『찬송가』등이 집중 발간됐다. 

이를 기초로 원기25년(1940) 9월 제자 정산종사 등을 시켜 그동안 발간된 초기교서들을 통일 수정하게 한 후 직접 친감했다. 조실을 벗어나 송대에서 밤이 늦도록 직접 감수에 심혈을 다했다. 겨우 탈고 했으나 당시는 세계대전 중 일제의 황도불교 정책으로 심한 탄압을 받고 있어 출판 허가를 받지 못했다. 다행이 당시 불교시보사가 주선해 『불교정전』이란 이름으로 어렵게 출간하게 됐으나 끝내 일제의 일부 간섭을 피하지 못했다. 그것도 대종사 열반 후 두 달이 지난 후였다. 

이 때 발간된 『불교정전』은 지금의 『정전』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불교정전』은 1권과 2권으로 발간됐는데 제 1권중 제1편은 개선론이란 이름으로 『혁신론』의 주요내용이 편입됐고, 제2편은 일원상진리와 삼학팔조 사은사요의 교강이 주요 내용이며 제3편은 일상수행의 요법에서 법위등급에 이르기까지 신앙과 수행에 관한 구체적 방법이 담겨져 있다.

제2권에는 『금강경』 등 6편의 불경과 『수심결』 등 4편의 조론(祖論)이 편입됐다. 해방 후 6.25동란등 극심한 혼란으로 미뤄지다가 원기52년(1962)에 이르러서 『불교정전』 1권을 대종사 본의대로 회복해 『정전』이라는 이름으로 『대종경』을 합본해 출간하니 이른 바 『원불교 교전』이다, 『불교정전』 제 2권은 불조요경(佛祖要經)으로 분리 발간됐다. 새 회상 최고의 으뜸경전 『정전』이 나오게 된 과정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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