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수위단회 중앙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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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이 법어는 흔히 개교표어로 불린다. 새 회상 원불교가 왜 세상에 출현해야 했는지 그 동기와 지향을 가장 집약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원불교 이미지 조사에서 이 개교표어가 동그란 일원상과 여성 교무님들의 흰 저고리 검정치마와 더불어 일반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는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개교 표어는 원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 브랜드인 셈이다. 

개벽이란 크게 열린다는 말이다. 크게 발전한다는 말도 될 것이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는 인류문명사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기로 평가된다. 중세 암흑기를 벗어나 새로운 문예부흥(文藝復興)으로 인간의 지적 사유와 창조행위가 크게 확대됐다. 그 결과 인간 이성이 존중되고 과학이 발달했으며 이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물질의 풍요와 편리는 우리 인류에게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질문명 세상의 지평을 열어줬다. 교통·통신의 발달은 각기 다른 문명권을 하나의 지구마을로 바꿨으며 오늘날 첨단의 과학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물질문명의 현란한 극치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발흥은 인간의 탐욕과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하고 사람의 위상을 도리어 돈의 노예로 종속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편승한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확대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가져왔으며 구조화된 불평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종과 성차별, 민족과 국가 이기주의, 이념과 종교간 갈등과 배타주의 등이 결합하여 세계 곳곳에 테러와 전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핵과 같은 군사무기의 고도화와  생태환경의 무분별한 파괴는 지구 종말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그 심층적 원인은 생태환경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소태산은 물질문명의 발달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물질문명 발달은 시대를 따라 인간의 사유가 확장되고 지식이 축적됨을 따라 일어나는 당연한 문명의 진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인간의 정신이 불같은 욕심에 현혹됨에 따라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날로 심화하는 인간세상의 고통을 진리적이고 근원적인 관점에서 지적하고 있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균형이 답이다. 그러기 위해서 물질문명의 발달에 걸 맞는 정신도덕문명의 확대가 요구된다. 사람이 주인이 되어 과학문명을 선용하고 정신이 주체가 되어 물질문명을 잘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문명세상을 열자는 것이다. 개교 표어는 이와 같은 인류 문명의 방향성에 관한 소태산의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제기는 오늘날 현대문명의 병적인 양태를 진리적으로 해부하여 새로운 문명질서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의 출현은 그 시대 문명의 전개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가나 예수도 민중의 고가 깊어질 때에 시대를 구원할 메시지를 가지고 출현했듯 소태산 역시 문명의 위기를 당하여 이 개교표어를 표방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종교문명운동을 발기했다. 따라서 이 개교표어는 향후 전개될 원불교 교법의 전 과정을 근원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최고의 명제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듯싶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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