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하
류재하

[원불교신문=류재하]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나는 그때 학급 부실장으로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교무실을 자주 들러야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교무실에 들러 우리 반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옆자리에 계셨던 선생님이 “넌 이름이 뭐니?”라며 담임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던 나를 꾸짖었다. 아마도 담임 선생님과 너무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선생님은 “3학년 때 내가 너의 담임 선생님이 되어야겠구나”라고 말씀했다.

3학년이 되어 학급에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2학년 당시 교무실에서 날 꾸짖던 그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라며 현실에서 도피하고만 싶었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무섭기로 정평이 나 있던 선생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 덕분에 나의 고3 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날 끊임없이 믿어주시고 항상 나에게 상냥히 대해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점차 선생님과 동화되고 있었다. 대학을 진학한 후 교직 과정을 이수해 볼까 고민하던 과정에서 고3 담임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됐다. 선생님은 나의 고민을 상담해 주시며 이렇게 말씀했다. 

선생님이 나에게 던진 첫 말씀은 바로 교직을 노동관이 아닌 신성관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을 향해 성심을 다하면서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으며 소명의식을 갖고 천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하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나에게 심어주신 그 말씀이 나의 교직관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도 나는 교직을 천직으로 삼아 사명감을 갖고 교단에 선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마음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를 이끌어주셨던 고3 담임 선생님이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나의 옆자리에 근무하고 계시면서 나를 살펴봐 주시기 때문이다.

아직도 고3 담임 선생님은 내게 많은 부분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직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인 관계 속에서는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등 전반적인 나의 삶에 선생님은 아직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교직생활이 참으로 행복하다. 혹자들은 교직생활에서 자신만의 것을 구성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선생님처럼 교직생활을 해나가고 싶다. 내 곁에서 항상 나를 응원하고 이끌어주시는 ‘나의 선생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즐겁게, 그리고 보람차게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행복한 교직생활을 내 스승님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다. 선생님 눈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제자일 수 있겠지만, 오늘도 학생들에게 더욱 다가가 성의를 다하면서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

/원광여자중학교

[2020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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