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하
류재하

[원불교신문=류재하] 몇 해 전 내가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이다. 선생님들과 회의 도중, 새로운 담임 선생님과의 첫 만남 시간에 내가 모든 학급에 한 번씩 들어가서 “내가 여러분들의 새로운 담임이야”라고 깜짝 이벤트를 하자는 선배 선생님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긴장한 학생들에게 이벤트 형식으로 재미를 주고자, 6반부터 차례대로 1반까지 들어가 내가 담임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내가 담임이라는 소리에 놀라며 눈물까지 흘리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반, 1반.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내게 장난치지 말라며, 선생님이 담임일 리가 없다며 아우성을 쳤다. 나중에서야 나는 알았다. 아이들이 나를 무서워했었다는 것을. 나는 학생들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엄한 모습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학생들에게 한쪽의 모습으로만 치우쳐 보였던 것이었다.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나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올 한 해는 학생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 보자고 결심했다. 

체육대회 때의 일이다. 우리 학급은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전력을 다했다. 경기 도중  한 학생이 부상을 당해 이를 대체하여 학생 한 명이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다. 그런데 이 학생이 부정 선수로 확인되어 결승에 올라간 모든 종목에서 몰수패를 당하게 됐다. 학급 학생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을 달래면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의 소원인 체육대회 우승을 이루지 못해 억울하고 미안해서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내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체육대회가 끝난 후 나는 우리 학급만의 체육대회와 단합대회를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아이들이 수락하여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학급 야영도 진행했는데, 아이들과 평상 시 서로 나누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늦은 시간까지 함께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년 말. 아이들을 진급시키기 위해 교실에 갔을 때 다시 많은 학생들의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칠판에는 아이들의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무서운 줄로만 알았던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줘서 고마웠다, 올 한 해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을 향한 내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오히려 그해 나는 학급 운영에서 내가 부족했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더 많이 성찰할 수 있었다.

올해 나는 또다시 학급 담임교사로서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학급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지 못해 아쉬움이 매우 크다. 하지만 올해에도 학급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 아직 올해가 끝난 것이 아니기에 기회만 된다면 학생들과 다양한 일들을 겪어보고 싶다. 누군가 그랬다. 교직 생활에서 학급 운영은 교직의 꽃이라고. 나는 올해에도 그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싶다.

/원광여자중학교

[2020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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