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지난 호 ‘개교의 동기’에 대한 탐구가 지나치게 소략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정전』 원문 자체가 매우 짧게 진술된 점 때문이기도 하고 또 지면의 제한에 기인한 바가 있다. 그래서 오늘 지면을 추가해 불교 또는 동양의 전통종교 관점에서 원불교 출현의 배경을 더듬어 보려고 한다.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정전』 원문 자체에는 없으나 『대종경』 곳곳에 직접 언급한 바 있으므로 원불교라는 새로운 종교의 출현 배경과 그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불불계세(佛佛繼世)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과 부처님이 세상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정착된 불교 전통의 역사관으로 석가모니불 이전에 과거 7불이 있었다고 하고 그 전법게송이 전해진다.(『대종경』 성리품 30장 참조). 정법이 쇠하여 그 명을 다하면 중생들이 불은을 입지 못하고 고해에 들게 되는데 이를 말세라고 한다. 그리하면 반드시 새로운 부처님이 출현해 파란고해에서 해매는 중생을 구원하게 된다고 말한다.(『대종경』 전망품 1장 참조)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이른바 삼시설(三時說)이다. 서가모니불이 출현해 정법천년 상법천년 말법천년의 3천년이 지나면 미래의 부처님이 오시는데 이가 곧 미륵불이며 그 회상을 용화회상이라고 한다. 

미륵불은 석가불의 영산회상에서 미처 구제받지 못한 중생들을 완벽하게 구제한다는 미래불과 완성불의 의미가 있다. 『대종경』 전망품과 교단 초기 기록물 곳곳에 미륵불과 용화회상이 언급되고 있는 점들은 의미심장하다.  

또한 동양종교 전통의 ‘선후천교역기(先後天交易期)’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선천이란 과거의 묵은 세상이고 후천이란 미래의 새로운 문명세상인데 선천이 지나가고 후천이 올 때에 이를 주도하는 성현이 출세해 새 회상을 열고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고 한다. 우주자연의 변화와 진강급 운도론(運度論)을 담고 있는 주역의 설인데 대종사는 이를 많은 곳에서 인용하며 원불교의 미래 운수와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선후천론은 근세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학의 수운과 증산에 의해 새롭게 전파됐는데 이의 흐름과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종사는 수운 증산 등을 ‘후천 문명의 선지자’라 칭송하며 새 회상 원불교의 후천개벽 사명을 당부했다. 이는 불교의 미륵불 설과 절묘하게 교합해 미래 세상에 원불교의 역할과 사명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미륵불 설이나 주역의 선후천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제자들과의 문답에서 ‘미륵불이라 함은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드러나는 것이요 용화회상이라 함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대의가 크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또한 후천대망론에 기대해 산속에 은거하는 자칭 도인의 무리에 대해 ‘공부 없이 도통을 꿈꾸는 무리와 노력 없이 성공을 바라는 무리와 준비 없이 때만 기다리는 무리와 사술로 대도를 조롱하는 무리와 모략으로 정의를 비방하는 무리’를 ‘낮도깨비’라고 힐난하고 장차 시대의 밝아짐을 따라 이와 같은 무리들이 발붙일 곳이 없는 대명천지 세상이 도래할 것을 장담했다. 

지난 호에서의 개교동기 설명이 원불교 출현의 현세적 동기라면 오늘의 설명은 원불교 개교의 우주사적 전환에 따른 필연적 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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