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수위단회 중앙단원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소태산은 『정전』 총서편 제1장에서 원불교가 이 세상에 출현한 시대적 배경과 까닭을 ‘개교의 동기’라는 제목아래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다.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는 ‘이 일을 어찌할꼬!’하며 깊은 시름에 잠겼으나 마침내 대각을 이룬 후에는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중생의 끝없는 고통현상을 보면서 다시 ‘이 일을 어찌할꼬!’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마치 손금을 보듯 오늘날의 현대문명을 직관 통찰했는데 그 요지는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달을 따르지 못하는 정신문명의 지체로 말미암아 사람이 물질의 노예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고통의 바다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파란고해(波瀾苦海)’에 비유했는데 물질문명에 속박된 세상의 고통이 크고 작은 파도가 쉬지 않는 바다의 위태로움과 같다는 뜻이다. 소태산은 창생 구원을 결심하고 크게 두 가지 방책을 제시했는데 그 첫째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이며 그 둘째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꼽았다. 

소태산은 당시 문명의 상황을 근원적인 위기로 파악했으므로 마땅히 그 방책은 새로운 종교 운동으로 표방됐다. 그는 당시 기성의 유불선 종교를 통섭할 수 있는 일원상의 진리를 천명하고 진리에 합당한 종교 신앙을 주장했다. 

또한 서로 융통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는 종교 분파적 진리신앙을 진리적 종교 귀일신앙으로 혁신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진리적 종교의 신앙은 훗날 법신불일원상 신앙으로 구체화 됐다. 이를 불교의 불상신앙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원상을 모시는 것은 불가의 불상을 모시는 것과 같으나 불상은 부처님의 형체를 나타내는 것이요, 일원상은 부처님의 심체를 나타낸 것이므로 형체라 하는 것은 한 인형에 불과한 것이요, 심체라 하는 것은 광대무량 하여 능히 유와 무를 총섭하고 삼세를 관통했나니, 곧 천지만물의 본원이며, 언어도단의 입정처라 유가에서는 이를 일러 태극 혹은 무극이라 하고, 선가에서는 이를 일러 자연 혹은 도라 하고, 불가에서는 이를 일러 청정법신불(淸淨法身佛)이라 하였으나 원리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바로서(중략)최후 구경에 들어가서는 다 일원의 진리에 돌아가나니 만일 종교라 이름하여 이러한 진리에 근원을 세운 바가 없다면 그것은 곧 사도라….”(『대종경』 교의품 3장)라고 했다. 

이를 보면 소태산은 당시 기성종교들의 말법현상을 크게 비판했으나 실은 불교의 석가나 유교의 공자 등의 제불제성의 본의를 계승하는 입장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소태산은 당시 종교가 관념과 미신에 흘러 창생 구제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인간 세상에 폐해가 극심함을 지적해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주창했다. 그리하여 일원상 진리를 근거로 사은사요의 윤리와 삼학팔조의 심성훈련을 주창했다. 

또는 영과 육을 쌍전하고 이와 사를 병행하며 도덕문명과 과학문명을 병진해 종교와 생활이 서로 떠나지 아니하는 성속(聖俗) 일치를 교화하고 인도상요법을 강조해 종교가 신비체험과 관념에 떨어지지 않고 사람의 도리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이로써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함께 열어 일체중생을 다시없는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는 것이 원불교 개교의 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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