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26장에서는 “사필귀정(事必歸正)도 맞지마는 실은 정할 정자 사필귀정(事必歸定)이요, 앙급자손(殃及子孫)이라고 하거니와 실은 앙급자신(殃及自身)이니라”라고 했다.

사십이장경에 보면 한 어리석은 사람이 부처님이 크게 인자하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시험코자 심하게 욕하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에 부처님은 묵묵히 대응치 않았는데, 그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민망히 여겨 악설을 그치자 부처님은 ‘그대가 예를 갖춰 좋은 물건을 남에게 주었는데 그 사람이 받지 않으면 어찌하겠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제가 도로 가져갑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대가 지금까지 나에게 악한 말을 많이 했는데 내가 받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대가 다 가져가야 할 것이니 그런다면 그대 몸에 재앙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자신이 지은 죄과는 결국 자신의 재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다.

세상 사람들은 누가 자신을 욕했다거나 비난한다는 말을 들으면 속으로 분한 마음을 품고, 그 분함을 참지 못하면 덩달아 그 사람을 욕하고 비난하거나 심하면 직접 찾아가 따져 묻거나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단지 분노를 참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계속 무시당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 법문으로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해준다.

상대방이 아무리 나를 향해 악업을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받지 않으면 그 죄과는 반드시 악업을 행한 사람의 몫이 된다. 하늘을 향해 침을 뱉어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고 오히려 그 침이 자신만 더럽힐 뿐이라는 부처님 말씀도 같은 의미다. 과거 세상에는 조상의 음덕이 자손의 번영에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그래서 자손이 번성하려면 조상을 잘 섬겨야 하고, 조상의 음덕을 믿었기에 묘 자리도 명당을 찾았다. 만약 현재의 삶이 자기 노력이 아닌 조상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면, 사람들은 조상 ‘덕’이나 조상 ‘탓’만 하면서 근거 없는 의뢰생활과 원망생활에 빠지고 말 것이다.

정산종사의 사필귀정(事必歸定)과 앙급자신(殃及自身)은 이렇게 죄복의 원인을 조상이나 남에게서 찾는 과거의 폐습에서 벗어나 모든 죄복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말씀이다. 만약 남 탓하고 원망해서 행복해진다면 세상사람 모두를 한 없이 원망해도 좋을 텐데, 그렇게 해서 행복해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또 남의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똑같이 원망을 하면 나도 똑같은 죄업을 짓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이치를 잘 알아서 남에게 원망된 말 대신 복된 말을 많이 하고, 죄업이 되는 행동 대신 은혜와 감사를 실천한다면 어떨까? 이런 사람은 반드시 큰 복덕이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필귀정 복급자신(福及自身)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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