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덕 교무
이윤덕 교무

[원불교신문=이윤덕 교무]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도 불행도 스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사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온 조직의 가장 큰 단위가 세계이며 이 세계는 정신세계와 인류세계로 종교와 국가를 만들고 다양한 사회를 만들며 발전해 왔다. 사람이 만든 가장 작은 단위의 조직은 이 모든 세계를 떠받치는 조직 바로 가정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가정이 행복하면 세계도 행복하고 세계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해 광대무량한 낙원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어떠한가? 수많은 성자가 다녀갔고 더러는 지금도 성자들이 함께 사는 세상이라 하건만 사람의 고해를 해결하려면 아직도 죽어서 가야하는 더 좋은 세상을 염원하고 있지 않는가. 물질이 고도로 발달된 21세기에 코로나19로 수많은 환우들이 생기고 또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온당하기는 한 것인지, 화두가 공부인들에게는 다가오리라 여겨진다.

앞으로 세상의 정신을 선도해 나갈 원불교의 성지 대한민국에 적폐청산의 구호가 요란하다. 오래 쌓인 폐단은 청산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검찰개혁을 필두로 사법, 언론, 재벌, 교육, 종교 그리고 기득권 적폐를 개혁하자는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의 전환, 패권국가의 폐단으로부터 상생으로 전환, 적대적 종교관의 속박에서의 자유, 자본과 자원의 집중에서 평등한 분배 전쟁과 내란 그리고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등의 적폐 청산이 요구돼 어떤 것은 뜨겁고 어떤 것은 미지근 하지만 시대정신 인양 나발이 불어지고 있다.

기존 거대 종교의 반목과 분열의 폐단을 개혁해 우상 신앙을 진리신앙으로, 개체신앙을 전체신앙으로, 편협한 신앙을 원만한 신앙으로, 미신신앙을 사실신앙으로 종교의 판을 바꾼 원불교, 비관적 미래관이 아닌 낙관적이며 희망적인 미래관을 가진 종교라고 독일에서도 많은 독일인들이 귀의해 마음공부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종교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든 세계든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움을 열어가는 데 있어서 정산종사는 다만 눈앞의 일과 임시의 욕심에 끌려 모든 일을 진행하지 말고 국제 정세를 잘 살피고 국내 각계의 현상을 잘 알아서 원만한 대책을 발견할 것, 개인의 명예에 편착하지 말고 국가의 명예를 잘 드러낼 것, 목전에 좋은 일이 혹 주위에 불안을 주는 이치를 알아서 대중적 정신을 가질 것, 임시 유익되는 일이 혹 미래에 손해되는 이치를 알아서 영원한 이해를 잘 계산할 것, 우주의 원리가 항시 변천 있는 것을 알아서 때를 따라 법을 세우고 한 가지 법에 고집하지 말 것, 무슨 법이나 과하면 폐단 되는 이치를 알아서 한 편에 기울어진 마음을 두지 말 것을 건국 정신의 다섯번째 대국 관찰에서 주문했다.

아직 우리 공부인들의 힘은 미약하다. 나부터 자기 안의 적폐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 생각된다. 혹여 세상의 혼돈을 초월적 무책임으로 탐진치의 잔치에 놀아나는 공부인은 아닌지, 일체가 부처라는 믿음에 의심을 품어 세상 모든 사람을 중생으로 보아, 공부심 없이 그들의 호주머니가 내 호주머니라 생각하는 공부인은 아닌지, 본인은 최상근기라 말하면서도 중근기를 즐기는 공부인은 아닌지, 알면서도 실행을 게을리하는 공부인은 아닌지,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의 시대는 수신하고 제가하고 치국하여 평천하 하는 때는 아니다. 수신과 동시에 평천하하기도 하고,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치국과 평천하를 이미 끝내버린 인재들이 너무 많다. 하나를 하면서 잃을 것과 얻을 것을 계산하며 살기에 더욱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공부인이 부처요, 우리가 하는 불공이 인류세계를 살린다는 사실이다.

/레겐스부르크교당

[2020년 12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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