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열 경남교구장

이경열 경남교구장
이경열 경남교구장

[원불교신문=이경열 경남교구장] 우리 공부인에 있어서 마음공부 이정표는? 여기서 이정표란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따라서 이정표는 운전자에게 훌륭한 길 안내의 역할을 하지요. 마찬가지로 마음운전을 하는 공부인에게 있어서도 마음공부의 이정표는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운전하는 공부인에게 훌륭한 길 안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도님들 마음공부 이정표를 찾으셨습니까? 무엇이지요? 법위등급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마음공부 이정표를 잘 알아서 이 이정표를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기쁘게 걸어서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길 염원하면서 “마음공부의 이정표” 라는 주제로 함께 하겠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다보면 마음공부의 목적지는 어디이지? 나의 마음공부 정도는 어느 위치에 있지? 나의 마음공부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지? 라는 자문을 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바로 법위등급에 밝혀 주셨습니다. 


마음공부의 목적지는 어디지요?
지난 달 경남교구 출가교무산악회에서 8명의 교무님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왔습니다. 경남교구 59명의 교무님 중에 원하는 8명이 모여서 천왕봉을 오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새벽 4시 백문동에서 출발해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을 올라섰습니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 출발하였기에 힘이 들어도 서로서로 기운 살리면서 함께 목적지에 도달했지요. 목적지가 같으니 8명이 하나 되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힘들면 함께 쉬어가면서 원하는 목적지에 함께 도달할 수 있었지요. 

그럼 마음공부의 목적지는?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25장에서 말씀하시기를 “여행자에게 목적지가 있듯이 공부인의 목적지는 불지니라.” 라고 하셨습니다. 불지, 부처님의 경지, 여래의 경지, 대종사님께서도 모든 제자들이 여래가 되기를 염원하셨기에 법을 펴시면서 이 법으로 공부하면 천여래 만보살이 될 수 있는 공부길을 밝혀 주시고 공부 계단을 밟도록 하셨던 것이지요. 그러기에 이 법위등급은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할 교본이요, 교리를 실천하는 이정표요, 마음공부의 이정표이며 여래위까지 올라가는 안내도입니다. 

특히 우리 법은 여래위를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문에 들어섰다면 우리는 여래행을 하는 것이 의무와 권리입니다. 우리들은 목적지가 분명하니 함께 출발해 한 계단 한 계단 걸어가면 됩니다. 그 이정표가 바로 법위등급이라는 것이지요. 너무나 감사하지요. 마음공부의 이정표를 만들어 주신 대종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래행의 이정표를 이렇게 상세하게 밝혀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리고 함께 걸어갈 출가재가 교도님들이 계시니 너무 너무 기쁘지요.
 

각자 마음공부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 
현재 마음공부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라는 물음입니다. 대종사께서 법위등급을 내놓으신 까닭은 각자 공부 정도를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법위등급 6단계는? 마음공부의 이정표는? 이정표를 크게 2단계로 구분하면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3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 3위입니다. 보통급·특신급·법마상전급의 3급은 아직 중생의 습관이 남아 있는 단계이며, 법강항마위·출가위·대각여래위 3위는 중생의 습관이 거의 벗어나서 불보살의 마음의 태가 잡힌 성위의 어른들입니다. 이렇게 3급 3위로 나눠주신 것은 과거와 같이 복잡다단하게 하지 않고 공부 길을 간소화 하고 그 핵심만을 추려서 우리 중생들이 헤매지 않게 직로로 요령 잡아주신 것입니다. 

대산종사께서는 법위등급 6단계 표준을 강령 잡아 ‘불문초입, 심신귀의, 심신교전, 심신조복, 심신출가, 심신자유’ 이렇게 쉽게 법위를 대조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부 길이요 성리입니다. 그럼 6단계에서 현재 각자 법위를 알고 있나요? 저는 법강항마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분명하게 하고 쉬지 않고 신분의성으로 걸어간다면 지금 현재 위치가 백문동이든 장터목대피소이든 큰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신분의성으로 정진하고 못하는 데에 큰 관계가 있을 뿐이지요. 따라서 공부인들이 해야 할 일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오래 오래 정진하는 것이지요. 이생에 이법 만났고, 이 공부 하게 되었으니 여래 되어 마음의 자유를 얻고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정진하는 일이지요. 
 

나는 현재 마음공부의 방향(표준)을 어디에 두고 정진하고 있는가? 
현재 위치에서 다음 방향을 분명하게 하고 걸어가야 하지요. 지리산 천왕봉을 갈 때 백문동에서 올라간다면 길 따라 거쳐야 할 곳들이 있었습니다.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에 도달하지요. 따라서 공부인도 보통의 경우는 단계 단계를 거쳐야 천왕봉을 갈 수 있듯이 다음 목적지가 어디인가를 분명하게 알고 걸어가야 표준과 방향이 선명하다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항마위에서 출가위를 향해 표준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일체 생령을 위하여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하여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되기를 표준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산교당 조회시간에 모 교무가 하는 말 “저는 현재 법위가 법마상전급이니 이제 항마위를 표준하며 살아야 하는데 대소유무 즉 성리에 바탕하며 살아갈 계획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마음공부의 방향을 잡고 정진을 하는데 마음공부 팁으로 ‘특신대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도님들! 이법 만나 마음공부 하던 시절, 가장 기쁘고 오직 모든 생각과 신앙과 정성이 충만했던 때가 언제 인가요? 특신급(특별한 신심) 시절, 오직 이 공부에 충만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세요. 모 교도는 수행품 47장(무시선 무처선공부)을 읽고 흐르는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으며, 그 때 그 법문에 감격하여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교도님은 그 때가 이 공부에 특별한 신심이 났던 흐름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 후, 계속 공부를 하여 이제 다음 생에는 전무출신을 하되 꽃을 가꾸면서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특신의 마음이 전무출신을 서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숙된 듯합니다. 

저는 20살 때 아버님의 열반을 맞이하면서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화두가 깊게 심어졌는데 이 때부터 이 화두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질 때 마다 환희가 느껴집니다. 유상으로 보면 무상으로 보면, 변불변의 진리 따라 무량세계가 전개 된다는 사실, 순간순간 변화하되 모습만 변할 뿐, 본질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마다 내면 깊은 곳에서 희열과 기쁨이 충만해집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에 답이 느껴질 때마다 신심 공심 공부심이 커져가지요.
 

마음공부의 팁 중 하나 ‘특신대조’
특신에 늘 대조하는 마음이 바로 마음공부 이정표를 끝까지 향할 수 있는 저력이 될 수 있지요. 특신급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굳은 신심이 세워져 입지가 된 때이니, 마음 가운데 천하에 더할 것 없는 재미를 느껴야 그 힘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 있지요. 특히 특신급 중에는 처음 발심한 그 마음이 문득 정각을 이루기도 하므로 최초의 한 마음이 곧 바로 여래위에 들어가는 근기도 있지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조실에 앉아계시는데 생각지도 않은 노덕송옥의 얼굴이 눈앞에 뚜렷이 나타나서 얼마동안 없어지지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종사님은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시기를 “그는 하늘에 사무치는 신성을 가진지라 산하가 백여리에 가로 막혀 있으나 그 지극한 마음이 이와 같이 나타난 것이니라” 하셨습니다. 하늘에 사무치는 신성을 가지게 되면 멀리 떨어져 있으나 그 지극한 마음이 그대로 눈앞에 뚜렷이 나타나게 되겠지요? 종교에서는 믿음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때문에 신심 있는 교도가 진리의 세계에 먼저 도달하고 진리로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공부의 목적지는 불지요 여래입니다. 법위등급의 이정표 따라 한 단계 한 단계 잘 승급하여 우리 모두 이 법 만난 기쁨으로 천여래 만보살 대열에 함께 하기를 염원합니다. 

[2020년 12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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