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교무
허석 교무

[원불교신문=허석 교무] 내가 근무하는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서원관은 전무출신 정신으로 무장한 세계교화의 인재를 양성하는 훈련도량이다. 훈련법으로 공부를 하는 예비교무들은 한 해가 다르게 마음에 힘이 쌓이고 생활이 변화한다. 이들과 함께 소태산의 법으로 훈련하면 반드시 부처됨을 증명하는 생활 하나하나가 바로 성업(聖業)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소태산은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두어 재세·출세 공부인 모두에게 잠시도 공부를 떠나지 않는 길을 밝혀 줬다. 그 중, 정기훈련은 시간과 공간을 정해 놓고 정해진 과목을 단련하고 체질화하는 훈련법이다. 총 11개의 정기훈련 과목은 삼학병진을 통해 원만한 인격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각 과목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상승효과를 내도록 되어 있다. 

가령 수양과목인 염불을 통해 거친 번뇌를 다스리고 일념을 만들며, 좌선을 통해 미세한 번뇌를 다스리고 일념의 주착도 없는 원적무별의 진경에 든다. 연구과목에서는 경전·의두·성리를 연구해 깊은 이치와 일에 지혜를 얻고, 강연·회화를 통해 지견을 교환하고 집단지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취사과목에서 조행만 하면 형식에 흐를 수 있고 주의만 하면 자칫 내적인 마음만 강조할 수 있으나, 주의·조행을 병진함으로써 취사의 안팎을 두루 살펴 원만한 실행공부를 할 수 있다.

상시훈련은 일상생활을 훈련의 장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훈련법이다. 일 있을 때에는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를 가지고 자력으로 공부하고, 교당에 와서는 교당내왕시주의사항 6조로 스승과 동지의 타력을 입으며 공부한다. 이 속에 동과 정, 자력과 타력을 병진하는 원리가 녹아 있다. 또한 상시훈련 12조목이 모두 ‘주의할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시응용주의사항은 1조 ‘응용하는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 중심이 되며, 1조를 잘 실천하려면 미리연마, 반성대조, 염불·좌선, 경전·법규 연습, 의두연마가 잘 돼야 한다. 또한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통해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줄 맞는 공부가 가능하다. 교당에서 타력을 잘 입으려면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공부하던 중’이 선행돼야 한다. 공부한 만큼 감각이 있고 의심거리가 생기며, 내 공부에서 나온 깊은 의문이어야 해오를 얻기 때문이다.

소태산은 훈련을 통해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를 낙원 만들고자 했다. 사실적 도덕으로 전 교도를 훈련하여 실천하는 종교인이 되고, 전 인류를 훈련하여 밝고 성숙한 시민이 되어 집집마다 활불(活佛)이 사는 세상을 꿈꿨다. 훈련하는 교단이라야 수도와 생활이 둘 아닌 산 종교가 될 것이고, 훈련하는 개인이라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진급의 생활이 열릴 것이다. 훈련을 통해 나의 법위(法位)가 향상되고, 교단과 세상이 함께 발전하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원광대학교

[2020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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