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교무
허석 교무

[원불교신문=허석 교무] 수행을 하다보면 관념적이고 타성에 젖은 공부로 습관과 업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물질이 개벽되어 우리가 대하는 경계의 힘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직업과 생활을 떠나지 않으면서 온전히 마음공부 길을 찾고, 인격과 생활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소태산은 물질이 개벽되는 이 시대에 마음공부를 사실적으로 해서 생활의 변화가 분명하게 오기까지 ‘훈련(訓練)’을 하게 했다.

훈련이란 교법을 실생활에 실천하기 위해 신앙과 수행을 단련하는 공부법이다. 일이 있을 때의 상시(常時)훈련과 일이 없을 때의 정기(定期)훈련으로 나뉜다.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이 모두 삼학을 병진하는 공부이지만, 정기훈련은 수양과 연구가 주체가 되고 상시훈련은 취사를 주체로 한다. 또한 정기훈련으로 저축된 삼대력을 상시훈련의 장에서 활용하고, 상시훈련으로 실행하면서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바를 정기훈련을 통해 보충하고 저장하는 관계를 갖는다. 

훈련법은 삼학을 병진하고 동정을 아우르며 자타력을 함께 활용한다는데 그 원만함과 사실성이 있다. 정기훈련이 주로 타력을 빌려 하는 훈련이라면, 상시훈련은 자력을 위주로 하되 교당에서 지도인에게 문답감정 받으며 타력을 활용하는 훈련이다. 훈련하면 정기훈련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마음공부 실력은 상시훈련의 도량인 각자의 생활 속에서 점검되고 활용된다는 점에서 상시훈련을 큰 선원, 정기훈련을 작은 선원이라고 한다. 

훈련이라는 단어를 쓰신 것은 될 때까지 반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기로 반복하고, 상시로 반복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래위에 오를 때까지다. 그래서 출가위, 여래위에 오른 분들을 ‘부지런 딴딴’ 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공부한다는 것이다. 일분 일각도 공부를 떠나지 않는 분들이다. 여래위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분이 아니라, 그만큼 훈련하시기 때문에 여래인 것이다. 원불교 훈련이 사실적 도덕의 훈련인 결정적인 이유는 ‘일기’를 통해 그 공부를 점검하는 데 있다. 상시에는 상시일기, 정기에는 정기일기를 기재한다. 이를 통해 훈련의 결과를 스스로 기록하고 점검하고 반성하고 계획한다. 일기는 자신의 현주소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목표와 방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더 쉽고 확실한 변화를 확인케 하는 훈련의 중요한 과목이다. 

훈련법은 나를 사실적으로 부처 만드는 법이고, 전 인류를 서로 부처 만드는 법이다. 과거 회상이 일여래 천보살이라면, 우리 회상은 천여래 만보살 회상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훈련법을 통해 육신과 정신을 법으로 질박아서 나쁜 습관을 제거하고 정당한 법으로 단련해 기질 변화가 분명히 되기까지 공부를 완전히 해나가자.

 /원광대학교

[2020년 12월 1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