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안 교수
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한 사람이 찾아와 대종사에게 물었다. “대종사님 열반 후 백 년이 지나면 이 법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까요?” 대종사 답하기를 “나는 그런 걱정은 않는다. 이 법이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에 어떠한 유익을 줄 것인가를 염려할 뿐이다.” 질문을 조금 바꿔 “대종사님! 코로나19로 인해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원불교도 교화에 어려움을 겪는 교당이 많습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요?”하고 지금 묻는다면 대종사는 어떤 답을 줄까? 필자의 생각에는 “너희들이 상황 변화에만 잘 대처한다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앞으로 오는 세상에는 내 법이 더 필요할 것이다”하고 답할 것 같다. 

필자는 올 한해 월 1회 정도 독자들과 만나는 은혜를 입었다. 그동안 ‘교화’를 주제로 필자의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필자가 첫 글을 썼던 때와 현재의 교화 현장은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 주지하듯이 코로나19로 인해 교화 현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재가출가 교도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당혹감이 상당했지만 지금은 각자가 처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는 기존의 교화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교화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지속적인 교화 발전을 이루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재가출가 모두가 교화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동안의 원불교 교화를 돌아보면 다소 출가자 위주로 교화가 이루어진 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 보니 교당에서 이뤄지는 법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오프라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법회나 교화단회를 진행한다고 해도 연로하신 교도나 지병이 있으신 교도,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젊은 교도들은 감염의 위험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교도들을 교무 혼자 다 살뜰히 챙기며 교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출가와 재가가 교화자로서 연대해 교당에 나오지 못하는 교도들을 대상으로 ‘맞춤교화’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화나 문자가 편한 교도는 전화나 문자로 법문을 전하거나 상담을 하고,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를 원하는 교도가 있으면 집으로 직접 찾아가 만나고, 다수가 모이지 않는 시간에 교당으로 와 문답감정을 받고 싶어 하는 교도가 있으면 교당에 오도록 해서 말씀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교화 활동에 있어 교무가 반드시 담당해야 할 교무 고유의 직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교화 활동은 재가와 출가가 함께 해도 무방한 일들이다.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의 영향 하에 살고 있는 이 힘든 시간이 재가출가 교도들의 교화 역량을 키우는 은혜로운 시간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뒷날 코로나19는 교화의 위기 요인이 아닌 기회 요인이었다고 웃으며 회고할 수 있도록.

필자는 얼마 전에 『진정한 프로』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부분에 공감이 되었지만, 특히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결국 교화의 승패도 관계 맺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원기 106년에는 새롭게 만나는 이들을 그냥 스치는 인연으로 여기지 말고 교화자로서 ‘관계 맺기’에 한층 공들이는 한 해가 되길 염원하며 글을 맺는다.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1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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