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안 교수
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교도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필자가 강의한 교화학 수업 시간에 들은 ‘태신자 전도전략’의 자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전화였다. 교당 교도들과 공유해 교화에 활용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는 교화학 강의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단 내에 나와 있는 교화학 관련 연구 성과물들을 대체로 살폈다. 선배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불교 교화 방법론에 대한 연구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웃 종교 중에서도 특히 개신교의 자료를 많이 참고해 강의를 했다. 개신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화 방법들을 배워 원불교에 맞게 수정·보완하여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교화를 위해 노력하는 졸업생 교도의 전화를 받으니 어떤 전화보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졸업생과의 통화를 계기로 교화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교도들에게 태신자 전도전략을 소개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태신자 전도전략’ 또는 ‘태신자 전도운동’은 1990년대 서울 왕성교회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교회에서는 전도를 ‘총동원 전도 주일’과 같은 일회성 행사를 통해 하거나 전도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몇몇 사람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왕성교회는 전도의 본질을 회복하고, 전 성도가 참여하는 전도를 위해 태신자 전도전략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태신자 전도전략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수정·보완되어 그 성과가 입증되면서 한국 교회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태신자(胎信者)란 기독교인이 전도해야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정하고 기도하고 있는 대상을 말한다. 즉 태신자란 “작정한 전도 대상자” 또는 “믿음으로 마음에 잉태한 전도 대상자”를 뜻한다. 태신자 전도의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전 교인이 연초 또는 수시로 전도할 대상자를 기도하면서 선택한 후, 교인 한 사람이 2~3명의 태신자를 작정한다. 작정한 교인은 기도할 때마다 자신의 태신자를 위해 기도하고, 찾아가거나 초청해 만나고, 태신자와 사랑의 친교를 이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태신자의 마음이 열려 교회에 오겠다고 하면 바로 인도해 교회의 한 가족으로 등록시키고, 말씀과 기도로 잘 양육해 교회의 일꾼이 되게 한다. 그러나 태신자가 평소에 교회에 출석해 등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연 1~2회 정도 ‘전교인 태신자 초청 주일’을 정하여 이들을 초청하고, 그때 태신자들이 교회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태신자 전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도 방법이라는 점, 태신자를 교회로 인도하기 전부터 양육이 시작돼 교회 정착률이 높다는 점, 한국 교회의 정서에 맞다는 점 때문에 많은 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독자들도 이미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 교도들도 새 사람을 원불교에 입교시킬 때 대부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을 조직적으로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태신자 전도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새 교도를 만들기 위한 공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공들이지 않고 이뤄지는 일이 있으랴마는 한 사람을 종교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들임이 필요한 것 같다. 갈수록 종교에 적을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전보다 새 교도 만드는 일이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더 불법에 인연을 맺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교도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해야 할 ‘새 교도 교화’에 좀 더 공을 들여보자.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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