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평화와 보은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하지만 그녀들의 엄마는 쌍둥이 키우기도 힘겨운지라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어렵사리 타협한 것이 작은 어항에 구피(송사리 목의 작은 물고기) 키우기다. 물고기를 데리고 온 날부터 눈 뜨자마자 어항 앞에 앉아 물고기들의 이름을 부른다. 내 눈에는 다 비슷한데 구별하고 이름 짓고 부르는 모습이 신기하다. 번식력은 소문 듣던 대로다. 보통 1개월에 1회꼴로 알을 낳는데,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얼마 후에 수면으로 올라와서 헤엄친다. 언제쯤 치어가 되려나 들여보던 보은이는 알에서 나온 첫 번째 치어의 이름을 ‘극복이’라 불렀다. 어항 바닥에서 애쓰고 힘들게 물고기가 되었으니 ‘극복이’란다. 다섯 살 무렵의 아이가 말하는 극복, 신선하다.

극복(克服),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 낸다는 뜻이다. 또 다른 극복(克復)은 본디의 형편이나 정도(正道)로 돌아간다. 자기의 욕심을 누르고 예의범절을 따른다는 의미다. 
 2020년, 고단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극복(克服)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무엇을 극복(克復)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주변 분위기와 사람들 그리고 타인의 사는 방식에 휩쓸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라 말하며 마지막 인간과 초인(超人) 개념을 끌어들인다. 니체가 경멸한다고 말한 ‘마지막 인간’은 자기 자신을 경멸할 줄 모르는 존재다. 스스로 최고라 생각해 만족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극복하지 못한단다. 초인이 되려면 자신에게 경멸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한다. 나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동경하고, 사랑하고, 창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진다고. 나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초인이 될 수 있단다.

대산 종사, 인간 붓다에 대해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의 안일과 향락만을 위주하나 붓다는 당신의 정신과 육신의 모든 안일과 향락을 극복하고 대중을 위해 노력하여 주셨으므로 많은 세상을 두고 중인이 부처님을 위해서 노력하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덧붙여 침착에 바탕해 자기를 이기고 살자 당부한다.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힌다든지 혈기로 날뛴다든지 허영심에 묶여 살지 말라고 한다. 하루만 살려면 몰라도 내일, 일생, 영생을 살려면 준비가 되어야 하니, 깊은 수양에 바탕해 설렘과 서성거림과 날뛰는 마음을 달래며 삼독오욕(三毒五慾)을 극복해 인간의 본성과 자기 목적의 주체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란다. 자기를 극복하고 혼란한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중심 잡고 살아가라 한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1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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