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완 농성교당 교무

정세완 교무
정세완 교무

[원불교신문=정세완 교무]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의 버스킹이 광주에서 있었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목사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목사님의 막내딸이 올해 22살인데 대학 3학년입니다.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합니다. 대전으로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면 자고 오니 엄마가 당일 날 오라고 꼭 주의를 줍니다. 엄마는 자연 잔소리가 늘어만 갑니다.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사귀는 것 맞나? 그만 헤어지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막내딸은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고 멘붕 상태가 됐습니다. 엄마에게 엄마는 사랑이 뭔지나 알기나 하냐고 한마디 남기고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짐을 싸서 대전으로 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남자친구와 관계 정리가 잘 돼서 며칠 후에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막내딸의 오빠와 언니는 막내가 지금 이쁘게 사랑을 하고 있고 아무 문제 없다고 엄마한테 이야기합니다. 목사님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5식구 중에 4대1이 됐습니다. 이제 엄마도 막내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프레임의 법칙
엄마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엄마는 막내딸이 양쪽 집안이 인사도 안 했는데 임신을 할까봐 걱정입니다. 막내딸과 젊은 세대들의 입장은 지금 당장 사랑이 중요하지 결혼 자체가 무엇이 중요하냐는 것입니다. 각자의 입장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것을 프레임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프레임은 일본 말로는 왁구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틀이나 테두리가 될 것입니다. 두부를 만드는 두부의 틀은 두부를 만들어 냅니다. 붕어빵의 틀은 붕어빵을 만들어 냅니다. 프레임은 한번 만들어지면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정된 프레임을 선입견, 고정관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프레임은 마음의 창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지각은 불성실이라는 프레임
한 선생님이 매일 지각하는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날마다 지각을 하는 것을 보고 그 학생이 괘씸해서 회초리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회초리를 든 다음 날 아침, 그 선생님은 차를 타고 학교에 가다가 늘 지각하는 그 학생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한눈에 봐도 병색이 짙은 아버지가 앉은 휠체어를 밀고 요양 시설로 들어가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본 순간 선생님은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지각은 곧 불성실’이라는 프레임에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회초리를 든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와 단 둘뿐이라서 아버지를 지켜드려야 하는 입장에 휠체어에 탄 아버지를 요양 시설에 모셔다드리느라 어쩔 수 없이 지각한 학생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양 시설은 문을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학생은 요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모셔다드리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서 학교에 왔지만 그래도 매일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역시 지각을 한 학생은 선생님 앞으로 와서 말없이 종아리를 걷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자신이 들고 있던 회초리를 학생의 손에 쥐여 주며 자신의 종아리를 걷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그 학생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은 함께 울었습니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울때
필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과
다른 생명체의 입장이 되는 것

인간중심의 프레임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루라는 말들을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의 말속에는 어떤 프레임의 법칙이 있겠습니까? 이 지구를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 때는 하루에 원숭이 13만 마리가 희생이 되었습니다. 또 인간과 유사한 습성을 가진 더 많은 쥐들이 희생이 되었습니다. 최근 50년 동안에 60%의 척추동물이 사라지고 조류, 파충류, 포유류, 어류는 50%가 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인간 중심의 프레임이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이 인간중심의 프레임을 깨라는 자연의 경고입니다.


마음공부와 성리로 프레임을 깨자 
인간 중심의 프레임을 우주의 모든 생명체인 사은까지로 확대해야 합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로 보면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되어야 하지만 사은신앙(우주 생명체)의 관점에서 보면 백신의 개발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내 마음의 창은 우주까지 확대하면서 내 마음속에 티끌로 존재하지 않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사은 신앙과 수행이 가능해집니다. 

열심히 소수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며 모든 인간들의 평등을 외치며 사회운동을 하는 목사님들도 결국은 하느님이라는 신의 프레임을 깨지는 못합니다. 끊임없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자고 이야기해도 피조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1918년 지금부터 100년 전에 스페인 독감이 왔을 때 한국의 인구는 1,600만 명이었습니다. 그때 한국에서만 14만 명이 죽었습니다. 세계의 인구가 18억 명이었는데 5억 명이 감염됐고 5천만 명에서 1억 명이 죽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20%정도가 감염됐고 감염자의 10%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백신의 개발로 스페인 독감이 종식된 것이 아닙니다. 자연치유 되는 면역력에 의해 스페인 독감이 종식됐습니다. 2년이 걸렸습니다. 
 

정신개벽으로 코로나 블루 벗어나자 
1918년에 원불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방언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언공사 중에 스페인 독감에 의해 죽은 선진님은 한 분도 없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의 해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이 인간 중심의 프레임에 벗어남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서로가 힘들고, 외롭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와 다른 생명체들은 인간보다 더 절망적입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때 가장 필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고 다른 생명체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코로나19 종식의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화의 획득이라는 인간들의 욕심과 인간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 기후변화에 너무 무뎌져 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지구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생명과 함께 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나 중심의 사고,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어느 날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집 마당을 쓰는 하인이 세 시간 넘게 지각을 했습니다. 화가 난 타고르가 해고해야겠다고 작정했습니다. 3시간 후 허겁지겁 달려온 하인에게 빗자루를 던지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해고야! 빨리 이 집에서 나가!” 그러자 하인은 빗자루를 들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딸아이가 죽어서 아침에 묻고 오는 길입니다.” 타고르는 그 말을 듣고 인간이 자신의 입장만 생각했을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배웠다고 합니다.
 

나에게서 너를 발견하고 너에게서 나를 발견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나 중심의 마음의 창을 놓고 상대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종사님께서는 불지품 1장에서 “이 세상에 크고 작은 산이 많이 있으나 그중에 가장 크고 깊고 나무가 많은 산에 수많은 짐승이 의지하고 살며, 크고 작은 냇물이 곳곳마다 흐르나 그중에 가장 넓고 깊은 바다에 수많은 고기가 의지하며 살듯이 가장 덕이 많고 자비가 너른 인물이라야 수많은 중생이 몸과 마음을 의지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신앙과 수행의 목표는 대종사님의 불지품 말씀처럼 수많은 중생들과 생명들을 나와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생각하며 배려하는 자비심을 가지는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은신앙입니다. 오늘도 내가 건강함에 감사하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일상에서 부처되는 공부로 우주를 소유하는 마음의 창을 지니시기를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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