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교도
김도훈 교도

[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원기106년을 여는 새해가 밝았다.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느라 애써 왔던 한 해를 보내었기에, 새해에 거는 기대가 더 큰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으니만큼 지금이야말로 그 충격을 떨쳐내고 차분히 미래를 설계해 볼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106년이란 숫자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전 교도들의 부푼 기대 속에 맞이했던 교단 100주년 행사를 치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고, 교단 4대를 여는 원기109년이 3년 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교화대불공’의 기치를 내세웠던 ‘원백성업’을 되돌아보면 교화증진에 재가출가 모든 교도들이 얼마나 정성을 모아 왔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세상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데 우리 교단은 얼마나 그 변화를 수용해 나갈 자세를 갖추었는지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교단이 맡긴 ‘교단 4대 1회 설계특별위원장’이라는 분에 넘치는 책임을 맡은 이후 들려오는 모든 말들의 무게가 새삼 더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교단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위기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불교 교단의 미래를 열어갈 ‘설계’ 작업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한편에서는 대종사를 비롯한 역대 선진들의 각고의 노력과 공도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크다. 다른 한편에서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교단의 교화·교육 방식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지금까지 교단 발전의 책임을 모두 떠안고 모든 것을 바쳐온 전무출신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그들의 공도정신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후진들이 더 많이 교단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지만 교단이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고 미래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교단 운영에 재가교도들이 참여하는 문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수긍이 간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교단 살림을 확충하기 위한 재정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종교가의 중심은 역시 ‘법장사’ 즉, 교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 ‘일심합력’이라는 말의 무게를 중시하며 교단 운영의 체계적인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는 주장과 더 창의적이고 더 다양한 교화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주장, 교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구·교당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선진님들이 남겨준 ‘면면촌촌’ 교당 체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세상을 향해 (전 세계를 향해) 교단이 더욱 적극적으로 역량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교단 능력의 한계를 생각해서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 등과 같이 일견 상반된 의견들도 들려오기 때문에 교단 미래의 설계는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주장과 목소리들을 잘 들어보면 한 방향으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종사의 법음을 퍼지게 할까?’라는 명제에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원불교 교단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바로 그 소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렇게 다양한 주장들이 존재한다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 ‘귀를 더욱 크게 여는 것’을 가장 큰 유념으로 삼기로 했다. 일견 상반된 주장을 하고있는 교단 모든 구성원들도 자신들의 의견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주장에 귀 기울인다면 가장 바람직한 미래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런 자세만 가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나아가 세상의 미래도 더 밝아질 것 같다.

/강남교당

[2021년 1월 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