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의 교리여행 1

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몇 년 전, 이런저런 불평을 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자기가 문답 받았던 내용이라며 말해줬다. “신오교무가 부처 되려고 하지 말고, 부처되려는 사람들을 잘 도와라. 그러면 어느새 신오교무가 부처가 돼 있을 거다.” 고개는 끄덕였지만, 성불하려는 원마저도 버리라는 말 같아 마음에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대종경의 금강산의 주인 법문을 받들며 늘 금강산의 주인이 되고 싶었고, 전망품 법문을 받들면서는 어서어서 깨쳐서 먼저 미륵불 용화회상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 화두같이 자리하던 그 말이, 오늘 신년법문을 받들며 환하게 마음에 다가왔다. 사람들을 잘 도우려면 내 마음에 먼저 짝하지 않는 마음이 서야 한다. 그 마음에서 한 생각을 내야, 생각과 말과 행동이 상 없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짝하지 않는 그 마음을 드러냄은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드러난 미륵불이요, 그 마음 세상은 크게 밝은 용화회상이다. 

일어나는 마음들을 보면 한결같이 짝을 하고 있다. 예의 없는 사람을 보면 싫은 마음이 난다. 그 마음에는 사람은 예의가 발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더 아래에는 어린 시절 예의 바른 행동을 하지 못해 혼이나 억눌린 마음이 짝을 하고 있다. 자기 잘난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보면 싫은 마음이 난다. 그 마음 아래에는 나도 잘한 것을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짝을 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이랴.

짝하여 나오는 마음들은 타인이라는 경계를 통해 드러난 내 안의 닦아야 할 내 마음들이다. 때로 한 경계 겨우 넘고 숨을 돌릴라치면, 감당하기 벅찬 경계가 와서 꽁꽁 숨어서 있는 줄도 몰랐던 밑바닥의 감정들까지 보게 된다. 육근을 통해 들어오는 경계들과 그 경계라는 거울을 통해 드러나는 내 안의 감정들이 하루에도 수백수천 번을 출렁거려, 때로는 속이 다 울렁거릴 때가 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멈추고 잠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마음들을 바라보면 나는 어느새 고요한 땅에 있다. 늘 고요하고 청정한 이 땅은 모든 것이 있게 한 마음이다. 경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내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무엇과도 짝하지 않는, 그래서 그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마음인 일원상의 진리는 늘 여여하다. 내가 한 마음 멈추고 바라볼 때가 법신불의 진리가 드러나는 미륵불의 순간이다. 일어나는 마음들을 온전히 체험하고, 경계가 더 이상 경계가 아니고 나와 같은 사은이라는 것이 환하게 드러나면 크게 밝은 용화회상이다. 

순간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하고 알아차리는 지금 이 순간, 그 순간에는 의심 없이 내가 일원상임을 믿고, 간절하고 진실하게 일원상을 드러내자. 바라고 염원하던 금강산의 주인과 미륵불 용화회상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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