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종사 불교정전 의해義解 1

염관진 교무
염관진 교무

[원불교신문=염관진 교무] 불교정전 의해(義解)는 ‘법신불’, ‘일원상’, ‘표어’의 개념과 ‘일원상 법어’를 비롯한 교리 강령 전체에 대한 정산종사의 상세한 해석을 김영신이 수필한 것으로 정산종사 법설(오선명 엮음)에 포함되어 있다. 수필법문에는 박장식 종사 등의 질의와 그에 대해 공식적인 교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종사의 말씀을 인용해 답변한 정산종사의 법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불교정전 의해는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관점으로 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백낙청 교수는 교리 각 부분에 전체가 집약된 정전의 짜임새를 언급하면서 유·불·선을 통합하고 집대성한 “엄청난 작업이 짧은 지면에 밀도 높게 담긴 것”은 “예술적 경제”를 달성한 것이며 “한국문학의 희귀한 자산이요 사상적으로도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문건”으로 찬탄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 짧음으로 인해 각 교리의 함의가 파편화될 수도 있기에 불교정전 의해와 같은 법문을 나침반으로 삼아 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종교의 혁신을 위한 유·불·선 통합의 척도는 다름 아닌 일원의 진리다. 그런 만큼 교리 이해의 방법을 위해 전통종교, 도식화되고 정형화된 사상, 분과학문에만 의존할 때 그것이 단순한 지적 차원에 머문다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교리에 위배되는 실천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知)와 행(行)이 분리되지 않듯이, 잘못된 앎은 잘못된 실천을 낳기 때문이다.

‘일원상 법어’의 “인과보응의 이치가 음양 상승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에 대한 박장식 종사의 두 가지 질문-첫째, “선악 인과가 음양상승과 같이 되는 형상에서 선이 지극하면 악이 오고, 악이 지극하면 선이 오는 것입니까?” 둘째 “성리와 인과는 진리의 양면관이니 부합된 점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에 대한 정산종사의 답변은 통상적으로 권선징악과 윤리적 차원으로 형식화된 불교의 인과보응의 이치나 유가 및 도가의 음양상승의 작용에 대한 이해를 넘어선다. 인과보응의 이치는 한 생에 업보를 다 하지 못했을 경우 영식(靈識)이 중음계를 거쳐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윤회를 설명한다.

반면에 윤회를 부인하는 유가나 도가의 음양상승 작용에 따르면 일체의 생명·정신활동은 기(氣)의 취합(聚合)의 결과로 죽음과 함께 흩어질 뿐이다. 이를 기산신멸(氣散神滅)이라 한다. 만약 음양상승에만 방점을 찍어 성품을 간과해 일원상 법어를 이해하면, 세전에서 밝힌 일심(一心)이 생사 거래를 자유로 할 수 있는 ‘천도의 원리’ 자체가 부정된다. 위 질의에 대해 정산종사는 ‘일원상 법어’의 핵심개념인 ‘성품’, ‘인과보응의 이치’, ‘음양상승’의 상호관계성을 인과의 체(體)인 성품과 성품의 운용(運用)인 인과가 둘이 아닌 관계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살펴본다.

 /원광대학교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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