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48장에서는 “참고 돌리는 공부를 입으로만 하는 것과 마음으로 알뜰히 하는 것이 크게 다르나니, 어려운 일을 몇 번만 능히 참고 돌리고 나면 그 다음 일들은 수월하나니라”라고 했다.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를 할 때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잘 돌리자’는 것이다. 이는 일상수행의 요법에 많이 쓰인 표현으로 『대종경』 이나 『정산종사법어』 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종종 학생들이 찾아와서 ‘마음공부를 함에 있어 잘 돌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잘 돌린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그 의미를 묻곤 한다. 과연 마음공부를 함에 있어 마음을 잘 돌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필자는 마음을 잘 돌린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행동이 은혜롭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다.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마음을 ‘생각’으로만 이해하는 공부인이 적지 않다. 

간혹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라는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의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온전한 생각’을 단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혀도 자신이 원래 참 부처라는 곳으로 생각이 돌아가지 않고, 또 자신이 경계라고 생각하는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이 원래 부처라는 곳으로 생각이 돌아가서 행동하지 않으면 그 생각은 반드시 분별과 망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공부를 관념으로만 할 위험성이 크다. 곧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온전하지 못한 마음 상태에서 분별만 일으키는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며, 이런 공부는 결코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부처님처럼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잘 돌린다는 것은 다른 말로 ‘모든 생각과 행동을 부처님처럼 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다. 곧 생각이나 입으로만 감사와 보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직접 보은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자신의 주변을 부처님의 세상처럼 은혜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잘 돌리는 공부다. 그렇게 나 자신이 원망생활에서 감사생활로, 타력생활에서 자력생활로, 잘 배우는 사람으로,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바로 마음을 잘 돌리는 것이 된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겠지만 그렇게 돌리고 또 돌리는 공부를 반복해서 하다 보면 나중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잘 돌려지는 경지에 이르러 막히고 걸림이 없게 되니, 이런 사람을 ‘능(能)이 났다’고 표현한다. 잘 돌리는 공부에 막히고 걸림이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여래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우리가 서로서로 잘 돌리는 공부를 능숙하게 해 간다면 집집마다 부처가 넘쳐나는 세상이 지금 바로 눈앞에서 펼쳐질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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