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59장에서는 “감사 생활만 하는 이는 늘 사은의 도움을 받게 되고, 원망 생활만 하는 이는 늘 미물에게서도 해독을 받으리라”고 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이치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질문을 했다. 어떻게 자신의 마음이 우주만유를 다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은의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의 이치를 알면 그 원리가 좀 더 쉽게 이해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체유심조는 ‘만약 사람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계(法界)의 본성 일체가 오직 마음의 짓는 것임을 알라’는 화엄경 사구게에 나온 표현이다. 세상 모든 현상이 다 마음에 의해 일어난 것이니 곧 마음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부처님과 조사들도 이 마음을 깨친 것이니, 중생들도 이 마음만 깨치면 그 즉시 부처가 될 수 있다. 일원상 진리는 바로 이 자리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마음만으로 우주만유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마음이 우주만유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에게 부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세상 만물도 또한 똑같이 부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세상 만물이 모두 각자의 마음을 발현하는 것에 의해 삼라만상 천차만별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 일체유심조의 참 의미다.

이처럼 우주만유는 오직 우리 마음이 발현해서 이뤄진 것이니, 우리가 부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곧 부처님 세계가 펼쳐지고, 중생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곧 오욕의 세계가 펼쳐진다.

대종사는 우주만유를 오직 부처의 마음에서 은혜로 바라보도록 했으니, 그것이 바로 ‘사은’의 가르침이다.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을 알고 언제 어디서나 부처처럼 행동하는 것이 무시선(無時禪)이라면, 세상 만물의 마음이 나에게 직접 죄와 복을 내리는 부처임을 깨달아 직접 당처에 보은행을 하자는 것이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사은’이야말로 일체유심조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원리며, 원불교 교법의 출발이자 완성인 것이다.

원기106년 신년법문은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이다. 이 법문은 집집마다 금칠한 불상을 만들어 모시자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원래 부처임을 알아 부처님처럼 살자는 것이며, 또한 내 식구들이 원래 부처님임을 알아서 늘 감사하며 보은을 실천하며 살자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부처님으로 모시고 산다면 어디서나 사은의 은혜가 넘칠 것이니, 참 낙원세상이 세상 곳곳에 펼쳐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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