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교무를 꿈꾼다

문향허 교무
문향허 교무

[원불교신문=문향허 교무] 작년 연말 제 통장에 30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웬 돈이냐고요? 대치교당 김종신 교도님이 『진정한 프로』를 읽고 책 속에 숨겨진 원불교 사상을 찾아 보내면 상금을 주기로 한 돈이었습니다. 저는 그 돈을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우리 교도님들에게 온열기를 사서 선물로 드리기로 하고, 집집마다 들러 사용법을 설명해드렸습니다. 교도님들도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고 좋아하십니다. 

상금을 받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진정한 프로』를 읽고 가장 맘에 와 닿았던 부분은 “기사님도 세계 최고의 택시기사가 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깨끗한 개인택시, 가장 승객을 만족시키는 세계 넘버원의 택시기사님이 되셨으면 합니다”이었어요.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택시기사를 교무로 바꿔보아도 딱 들어맞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교무가 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깨끗한 교당, 가장 교도를 만족시키는 세계 넘버원의 교무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아 그러네, 왜 나는 이 생각을 못했지. 세계 최고의 교무, 세계 최고의 교당이 되려는 마음을 내지 않았을까?’ 그래서 교도님께 메일을 보내면서 제목을 ‘세계 최고의 교무를 꿈꾼다’로 보냈습니다. ‘읽어보기나 하려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교무님 메일 제목부터 남다르셨습니다. 제가 받은 수많은 교무님들의 메일 중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라는 단어를 접해 너무나 기쁘고 감동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한 줄 한 줄 써주신 메일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논리정연, 제 책의 모든 부분을 디테일하게 분석 정리하셔서 마치 삼성 내 최고의 보고서를 접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두려웠습니다. 아직 제가 교무님이 생각하시고 기대하시는 수준도 아닌데 너무 높게 평가해주셔서 더 유념하고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졌습니다. 교무님, 저는 용각교당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지만 앞으로 고산 교무님이 진실로 세계 최고의 교무님이 되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앞으로 교무님과 좋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교무님이 쓰시고 싶은 곳에 쓰세요”라는 전화를 받았고요.

저는 일을 처리하는 교도님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아 프로는 다르구나. 모든 일에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구나. 삶의 주인공으로 책임과 품격을 지키는구나.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구나’ 김종신 교도님이 상금을 건 것은 ‘이 책을 읽고 우리 교무님들이 세계 최고의 교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교단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구나’하는 깨침이 느껴졌습니다. 그 마음이 전해지니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이제 나이가 드니 슬그머니 안주하려는 제 마음에 횃불이 되었어요. 가슴이 설레고 피가 끓는 느낌입니다. 새 임지로 발령받은 나에게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습니다. ‘그래 세계 최고의 교무가 되자, 내가 있는 곳을 세계 최고의 교당이 되게 하자. 이제 아마추어는 가고 진정한 프로가 되자. 교도님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앞길을 열어주는 교무가 되자. 세계 최고의 마음공부 전문가가 되자. 신년법문처럼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임을 확인하게 하자’는 서원이 절로 세워졌어요.

가슴이 설렙니다. 피가 끓습니다. 신축년 새해는 호랑이의 눈을 갖되 소처럼 뚜벅뚜벅 나아가렵니다. 동정일여 영육쌍전 하는 선심(禪心)으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불공행을 실천하는 낙원교당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일산교당

[2021년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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