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허 교무
문향허 교무

[원불교신문=문향허 교무]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가 첫발을 내딛었다. 교단4대 36년은 원기109년, 2024년부터 원기144년, 2059년까지이고, 제1회 12년은 2035년이다. 그 1회 설계를 위해 재가위원장을 단독으로 임명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급변하는 시대를 읽어내는 사회 안목과 출가 위주로 흐르는 교단 정책결정에 ‘재가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3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

김 위원장은 “결복의 문을 열려면 권위주의 탈각, 교도만을 위한 교화에서 탈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명진 교도는 “뉴미디어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조직혁명”을 강조했고, 최호준 교도는 “코로나19 이후 종교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에 미봉책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자”고 발표했다. 일단 방향은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시대를 읽어내는 사회 안목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이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소태산 갤러리를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원불교역사박물관에서 근무한 필자는 소태산 갤러리를 어떻게 꾸몄을까? 궁금했다. ‘원불교역사문화체험관은 첨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을 만나고, 소태산의 진리관인 대소유무의 관점으로 물질선용과 정신개벽을 실천하는 장이다. 최초의 XR(확장현실) 명상 갤러리를 표방하며, 소태산갤러리-대소유무라는 부제로 도학과 과학을 병진하여 나와 일상을 설계하는 상설 및 기획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소태산 갤러리 중앙 전시공간에 급변하는 시대 변화의 모습이 담겨있다. 여기에 XR이라는 생소한 용어로 대표되는 콘텐츠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콘텐츠인 VR(가상현실)→현실콘텐츠인AR(증강현실)/MR(혼합현실)→ ‘나’콘텐츠인 WEARABLE(착용형)→ ‘일상’콘텐츠인 I.o.T(사물인터넷) I.o.E(만물인터넷)으로 변화된다고 한다.

이에 맞춰 대소유무, 진공묘유는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종합적-감각적 이해로, 나를 알고 나를 증강-실천하는 무시선 무처선으로, 나와 세상의 관계를 알고 보은하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변화를 4G이전 5G 6G 7G로 제시하고 있다. 4G이전은 감상학습형, 5G는 체험 참여형(XR 수양), 6G는 도야 치유형(웨어러블 IA 연구/견성), 7G는 일상형(LOE 기반 취사 일기)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5G 시대이지만 1회 12년 내로 6G, 늦어도 4대까지는 7G 시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프로그램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안목을 가지고 4대 1회 설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보면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의 이분법적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이 함께 가는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물질이 개벽되니까 이제 물질을 선용할 정신만 개벽하면 된다는 사고는 통하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국제네트워크 구축, 근본적이면서 첨단적인 마음공부 교화 패키지, 종교적이면서 일상적인 일기, 섬세하고 차별화되면서 융합적인 융복합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물질개벽을 잘 이해하고, 물질을 선용해 정신개벽에 이르는 로드 맵이어야 한다고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분명한 것은 4~5백년 결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일산교당

[2021년 3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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