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민 교의회의장
조제민 교의회의장

[원불교신문=조제민 교의회의장] 새해의 희망과 함께 미국종법사의 탄생 소식이 울려 퍼졌다. 대종사가 전망한 해외 종법사에 대한 역대 스승들의 염원을 드디어 현 전산종법사가 큰 경륜으로 펼쳐 줬다. 이 기회에 우리 원불교인들은 우리 나름대로 세계종교를 향해 역동하는 원불교의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 스스로도 세계 종교의 모습에 대해 꿈꾸어 본다.

세계종교의 모습은 그 법주(法主)가 세계인으로서 국적의 울을 넘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아르헨티나인도 폴란드인도 교황으로 선출되는 모습으로 세계 종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해외 주재(主宰) 법주에 대해 종법사라는 이름을 주고 형식상 그분들이 중앙종법사가 될 수도 있지마는 현실은 해외 현지의 자생 출가위 종사 중에서 종법사가 선출되지 않고 한국에서 임명되고 있는 상황이며 현지의 총부 교헌 자체도 현지 종법사는 중앙종법사의 지도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지금의 미국종법사 탄생은 결복기 사오백년 후의 세계 종교로 커 가기 위해 지금 인연의 씨앗을 법계에 뿌린 정도라고 이해할 만하다.

언젠가는 가톨릭처럼 이란인이나 러시아인이 한국의 중앙 종법사가 되어서 명실공히 원불교가 세계종교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결복기라는 오지 않은 미래를 헤아리고 있는 것보다는 지금 우리의 마음이 세계화 자세가 되어 가고 있는가 이것이 문제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소수 민족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때에 우리는 그들에게서 세계인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앞의 이야기 같은 먼 미래의 전망은 희망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원불교 세계화의 내용은 현재 시급하게 우리의 자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화를 염두에 두면서 해외 총부 체제를 출범시킨 뜻은 문화적 풍토와 인습과 관념이 한국과 다른 곳에서 현지인 교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교화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공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교도들에게 ‘우리 교무님은 정남으로 평생 독공 정진하시는 분이니 특별히 존경할 만한 수행자입니다’라고 말하면 다들 수긍하지만 미국에서는 ‘왜 결혼 안 하면 더 존경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이 바로 들어온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법을 펼치는 방편으로 그들에게 맞는 명상, 마음공부, 문답감정 등을 주로 한다. 또 교당 유지를 위해서는 교무님들이 초기 교단처럼 생계가 될 직업이나 부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체 교헌과 현지 종법사의 지도하에 현지에 맞는 교화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원불교 세계화를 앞당긴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리학에서 시간과 공간은 같은 수학적 모델로 설명되는 동일 물성이다. 

미국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우리와 다르듯이 요즈음의 한국도 100년 전의 한국과 다른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100년 전의 교서와 그때의 정서와 관습으로 물든 원불교 제도를 갖고 100년 후 살아가는 사람들을 교화할 생각을 가진다면 한국 사람들은 타국 사람들보다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미국에 원불교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화 시스템 변화를 시도하는 그만큼 한국의 원불교 교도들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법회와 그들에게 맞는 시스템과 그들에게 맞는 출가 재가 관계 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요즈음 처음 원불교를 접하는 한국 교도들이나 새로 배출되는 한국 교무들 또한 머나먼 나라의 사람들과 같은 사고를 갖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미국처럼 생각해서 그들에게 맞는 세계화 정책이 필요하고 또한 미국에서 통하는 제도는 한국에서 시행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경기인천교구

[2021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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