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민 교의회의장
조제민 교의회의장

[원불교신문=조제민 교도] 지금까지의 100여년 원불교 발전의 역사는 전무출신들의 희생에 의해 이뤄져 왔다. 이제 우리 재가 교도들은 지난 100년간 받은 전무출신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 교법에서 보은의 강령은 은혜를 준 사람의 정신을 체 받아 실천하라는 것이다. 

천지 은혜를 갚는 길은 세상에 천지의 도를 실행하는 길이며 부모의 은혜를 갚는 길은 우리도 무자력자를 보호하는 길이듯이 전무출신의 은혜를 갚는 길은 전무출신의 서원을 이루는 사업에 우리 재가들도 같이 목표를 세우고 한 몫을 담당하는 일이 될 것이다. 

100년이 넘도록 재가교도들은 전무출신들의 희생에 기대어 좋은 법 만난 것을 즐기고만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를 교당에 데리고 오는 것이 교화의 전부였고 유지금과 교당 건축시에 헌공금 내는 것이 불사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교당별로 교도회장도 있고 분과장도 있고 단장들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결정하기보다 교무의 뜻을 보좌하고 건의하는 역할을 해 왔었다.

이제 원불교 세계화 시대를 꿈꾸면서 재가 집단이 조직화를 시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다.

전국적으로 교도들이 몇 백명 있는 교당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백명 이하의 교당 소속 교도들이 대부분이라 교당 단위로 할 수 있는 큰 일은 많지 않다. 

봉공회가 서울역에서 빨간 밥차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원불교의 모습을 세상에 보일 수 있는 힘은 전국적 조직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교당별 봉공회 개별 활동으로서 빨간 밥차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교도들은 기업인,정치인,법조인,학자,예술인 등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대종사님 경륜을 펼치기 위해 뭘 어찌해야 할지 논의할 기구도 없고 추진력도 없는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 원불교 발전의 원동력은 전 세계 재가 교도들에 의해서 이뤄질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세계인의 휴일이 되고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때 성경을 두고 선서를 하는 것은 교도들의 문화적 힘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원불교 문화의 창달도 재가 교도들의 생활에 의해 이뤄지리라고 본다.

인터넷의 세계화 시대를 보면 누가 주역이고 누가 보조역할인지 구분하는 개념이 없다. 세계 정보망 연결의 꿈을 실현 시키는 일은 설계자가 계속 관찰, 간섭, 보호, 육성하고자 하지 않으며  모든 팔로우어(교도)들 스스로 열린 세계의 길을 가도록 닫힌 문을 열고 길을 터 주는데에서 출발한다. 우리 교법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지 마을에 마을 사람들이 병원을 세우고 의사를 모셔 오듯이 재가가 교화 사업을 직접 행하고 전무출신으로서 교무라는 전문가를 교법과 영성의 지도자로서, 마음공부 상담사로서 모셔서 지도를 받을 일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대우를 해 드려야 한다.

재가들이 교단에 대해 갖고 있는 건의 사항들은 그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기인하다. 그 첫째 이유는 그들이 뭘 하자고 결정하고 추진할 조직체가 없기 때문이다. 교단과 총부라는 조직체가 모든 세력과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고 믿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가진 쪽에 건의하는 일인 것이다. 

이제 힘들고 지친 교무님들로부터 건의를 받고 교무님들을 모셔서 대우하는 조직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길이 전무출신에게 입은 은혜에 보은 하는 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위별 조직의 책임자들이 다보스 포럼같은 정례 기구를 만들어 논의해 가야 할 것이다.  

/경기인천교구

[2021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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