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일원상 수행의 또 하나의 특징은 동정(動靜)과 이사(理事)를 아우르는 수행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일이 있을 때를 동(動)이라고 하고 일이 없는 때를 정(靜)이라고 한다. 또 삶의 현실이 사(事)라면 현실 속에 담겨있는 이치는 이(理)다.

종합해서 말하면 일원상 수행은 일이 있을 때나 일이 없을 때나 항상 일원상 진리의 공(空), 원(圓), 정(正) 수행을 통해서 진리와 합하고 실생활에 나아가 진리를 그대로 실행해 지혜와 행복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행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흔히 세속을 떠나 산중에 입산하여 안거(安居)에 들거나 토굴 정진을 연상한다. 또는 학덕이 높은 고승대덕을 모시고 현묘한 경전을 배우거나 깊은 선정삼매에 들거나 화두를 참구하고 선문답을 하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수행이란 세속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에 있고 스님들처럼 특별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수행을 위해 결혼을 피하거나 설사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처자권속과 이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하고 또는 수행에 전문하기 위해서는 직업도 가질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다. 자연 신자가 주는 시주(施主)나 탁발에 의지해서 의식주도 해결하는 방식이 수행의 문화처럼 자리매김 되어 왔다. 

원불교의 일원상 수행은 이런 수행 문화의 전통에 대해 혁신을 하자는 입장이다. 대종사는 ‘불교혁신론’에서 이러한 불교의 제도와 수행문화가 고해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은혜를 입는데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일원상 수행은 특별한 신분의 스님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걸어야 할 보편의 공부길 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원불교의 수행은 재가 출가 간에 차별이 없다. 결혼을 하거나 안하거나 간에도 차별이 없다. 직업의 유무에도 상관이 없으며 직업의 다양한 종에도 구애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져 있다. 

그것이 다름 아닌 동정일여(動靜一如)와 이사병행(理事竝行)의 수행법이다. 구체적 예를 들어 말하자면 수양공부에 있어서는 일이 없을 때에는 염불이나 좌선 기도 등으로 일심을 모으는 공부를 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그일 그 일에 마음을 챙겨 일심공부를 한다. 

지혜를 닦는 연구 공부에 있어서도 일이 없을 때는 청법(聽法)이나 경전연마나 화두를 연마해 이치 중심의 지혜를 닦고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속에서 일의 주종과 선후본말을 분석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불교 수행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뜻만 있다면 어떤 조건에서라도 이 수행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결혼이나 직업이나 일의 유무가 전혀 방해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속에서 참 진리를 구한다는 점에서 이 수행법은 철저하게 시대와 대중에게 부합하며 생활과 밀착된 공부법이다. 

이런 공부길 앞에 더 이상 변명과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대경대법(大經大法)이요 대도(大道)의 바른 수행이다. 대종사님의 대자대비 방편에 아찔한 다행감을 느낀다. 남녀노소 선악귀천 재가출가 유무식과 관계없이 대도정법에 발원하고 불과(佛果)를 증득하는 것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다. 바야흐로 수행문화에 혁명이 시작되었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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