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오늘은 <일원상 법어> 본문을 살펴보자. 정전 일원상 법어 장을 펼쳐 보면 우선 커다란 일원상 그림이 눈에 띈다. 아마도 일원상 진리의 깨달음을 시각적으로 상징하기 위한 뜻처럼 보인다. 이어서 ‘이 원상의 진리를 각(覺)하면 시방 삼계가 다 오가(吾家)의 소유인 줄을 알며’라는 첫 문장이 등장한다. 

시방(十方)은 동서남북과 그 사이 간방과 하늘과 땅이니 곧 우주공간을 의미한다. 삼계(三界)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뜻한다. 욕계는 욕심으로 이루어진 유정물의 세계로서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과 천상의 육도중생 세계를 말한다. 

정산종사는 욕계에 대하여 ‘식(食), 색(色), 재(財) 등 물욕(物慾)에 끌려서 오직 자기 하나를 위해 예의염치도 모르고 종종의 악업을 지으며 정신없이 허덕이는 중생의 마음세계’라고 풀어줬다. 

색계는 욕계와 무색계의 중간 세계로 욕계의 6가지 천상 위에 있는 세계라고 한다. 무색계는 색계 위에 있는 세계로서 색신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난 순 정신적인 세계라고 한다.

사전을 인용해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요약하면 일원상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우주의 모든 생명이 모두 다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가친척과 같은 줄을 알고 일기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산종사는 이를 시방일가(十方一家) 사생지친(四生至親)이라 했다. 세상이 다 나의 집이고 사생이 다 나의 친족이라는 것이다. 일원상 진리의 깨달음이란 세계를 하나의 집안 삼는 공심(公心)의 삶을 의미하고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을 내 몸처럼 여기는 자비 실천의 삶을 뜻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이룬 사람은 공(公)에 부합하는 삶을 살게 되고 우주에 부합하고 만 생령을 포용하는 큰살림을 살게 된다. 이른바 대산종사의 저 유명한 대공심(大空心) 대공심(大公心)법문과 같다.

‘우주 만물이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닌 줄을 알며’는 일원상 진리를 깨닫게 되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이름과 모양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임을 알아서 사은(四恩) 보은(報恩)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제불 조사 범부 중생의 성품인 줄을 알며’는 일원상 진리를 깨닫게 되면 모든 부처와 조사는 물론 범부와 중생이 다 불성(佛性)의 존재임을 알게 되어 존중과 배려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이치가 춘하추동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란 일원상 진리를 깨닫게 되면 인간의 생로병사하는 변화의 이치가 자연의 춘하추동하는 변화의 이치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해탈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며 또는 인간과 자연 또한 근본적으로 하나임을 알아서 상생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또는 ‘인과보응의 이치가 음양상승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는 일원상 진리를 깨닫게 되면 인간의 죄복고락되는 인과의 이치가 천지자연이 음양상승으로 변화하는 이치와 같음을 알아서 천지와 하나되고 천지자연을 본받는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변태하는 과정을 깊숙히 관찰하면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대종사는 관념적 깨달음을 거부하고 실천적 삶과 결부시킴으로서 불법(佛法)을 생활 속에 녹여냈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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