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옛 조사들의 법을 전하는 이야기를 보면 살벌하다시피 하다. 보리달마는 법이 있다는 이유로 다섯 번이나 독살을 당할뻔했고, 마지막에는 알면서도 혜가에게 법을 전했으니 됐다며 죽음을 맞이했다. 혜가는 보리달마가 면벽 수행을 할 때, 법을 받고자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굴 밖에서 밤새 기다리다가 다음날 칼로 자기 왼팔을 끊어 바친 사람이다.

어렵게 전해진 법은 5조 홍인에서 6조 혜능으로 넘어가는데, 이때도 홍인이 다른 제자들이 법을 받은 혜능을 해칠까 염려해 야밤에 도주하도록 했고, 혜능은 세상에 나오기까지 15년 동안 도둑의 무리에 들어가 보림하며 은둔했다고 전한다. 불교에서는 그렇게 죽기 직전에, 제자 한두 사람에게 법을 전하면서 불법을 이어나갔다.

소태산 대종사는 원기26년인 1941년 1월, 대중에게 게송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과거 종교들과는 사뭇 달랐다. 한 사람이 아닌 대중에게 법을 전한 것이다. 그것도 열반 직전이 아닌, 무려 2년 6개월 전에 말이다.

“옛 도인들은 대개 임종 당시에 바쁘게 전법 게송을 전하였으나 나는 미리 그대들에게 이를 전하여 주며, 또는 몇 사람에게만 비밀히 전하였으나 나는 이와 같이 여러 사람에게 고루 전하여 주노라. 그러나 법을 받고 못 받는 것은 그대들 각자의 공부에 있나니 각기 정진하여 후일에 유감이 없게 하라.”

‘나는 그대들 모두에게 이 법을 다 알려줬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정진 적공해 법을 받아라. 해봐라! 몸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으로 증득할 수 있다. 내가 또 일찍 알려주지 않느냐, 묻고 물어라!’라고 해주는 것 같다. 당시 선진들이, 아, 정말 너무나도 부럽다.

대종사가 한 사람에게 법을 전하는 ‘단전’이 아닌 모두에게 법을 전하는 ‘공전’을 한 데에는 까닭이 있다. 그가 선천의 성자가 아닌, 물질이 개벽된 후천시대의 성자로 왔기 때문이다. 선천시대 어두움의 잔재로 아직도 견성이라고 하면 뭐가 대단한 줄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大)자리 하나 알아놓고 대단한 스승인 양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대종사는 성품의 실상인 일원상을 맨 앞에 두고 누구나 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해 모두 견성시켜놓고, 사은 사요 삼학 팔조로 성불의 담금질을 시키는 것이 우리 법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청정하고 고요하면 견성이고 일원상이다. 누구나 체험하는 자리이고,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는 자리이다. 앞으로 세상은 이 일원상을 가지고 육근을 작용할 때 사용해 삼대력을 길러 성불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큰 교법을 가진 우리는 정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공전으로 법을 전한 뜻과 자비를 잊지 말아야겠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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