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언젠가 총장님의 정전 수업을 듣고 온 학생이 수업 시간에 갑자기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총장님께서는 우리가 다 여래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는 그 말씀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선 시간에는 여전히 수마(睡魔)나 잡념에 시달리고 있고, 일상 속에서는 마음이 순간순간 요란하고 어리석고 그른 곳으로 달려 나가는데 어떻게 우리가 대종사와 같은 여래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정산종사의 정화신불과 편화신불 법문이었다.

『정산종사법어』원리편 5장에서는 정화신불(正化身佛)과 편화신불(偏化身佛)에 관한 법문이 있다. 정산종사는 법신불과 보신불, 화신불이라는 삼신불(三身佛)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화신불은 진리 그대로 화현한 사람이고, 편화신불은 진리를 있는 그대로 받거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중생을 ‘화신불’이라 이르는 이유는 그들에게도 부처와 똑같은 불성이 갊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화신불이야말로 진정한 여래며, 편화신불은 불성을 갖추고 있으나 번뇌에 고통 받는 중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여래의 상(相)과 중생이라는 상(相)을 만들고 구분한다면 그 사람은 절대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총장님은 본래 여래와 중생의 둘 아닌 자리를 가르쳐 주셨는데, 학생들은 여전히 여래와 중생을 구분하며 자신들이 중생이라고 생각하니 그 편착된 생각을 깨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1분짜리 여래, 또는 1회용 여래다. 좌선이나 염불을 할 때 또는 일상 속에서 아주 잠시 동안 온전한 생각으로 분별심과 주착심 없는 마음으로 취사를 한다면 그 사람은 1분짜리 여래라 할 것이다. 또 하루에 한두 번만 그런 마음이 된다면 1회용 여래다. 이처럼 누구나 잠깐 동안은 여래가 될 수 있지만 그 마음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편화신불이다. 하지만 1분짜리 여래도 공부가 익으면 5분 또는 10분 이상, 또 하루에도 수십 차례를 여래로 살 수 있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여래로 사는 분이 정화신불이다. 그래서 원불교의 신앙과 수행은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시작해서 일기법으로 끝난다고 해도 좋다. 딱 하루만 여래로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온전함을 매일 반복해서 사는 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온전함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스승님은 일과 속에서 득력하라고 강조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한 학생이 ‘그럼 저는 3초짜리 여래네요’라고 했고, 모두가 ‘와~!’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지금 3초짜리면 어떤가? 그 3초씩이라도 한 마음 놓치지 않는 공부를 계속 반복하다보면 내일 또 그 다음 날은 그 실력이 좀 더 늘어 있지 않겠는가?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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