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67장에서는 “세상에서 몰라준다고 한하지 말라. 진리는 공정한지라 쌓은 공이 무공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며, 같은 덕이라도 음덕과 무념의 덕이 최상의 공덕이 되나니라”라고 했다.

중국 『사기』의 자객열전의 예양(豫讓) 예화에 보면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는 말이 나온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음을 마다않고 여인은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가꾼다는 뜻이다. 시대가 변하고 남녀의 사정은 달라졌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사람들의 욕망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은 자신의 일상이나 실력을 공유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는 심리를 잘 이용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물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열린 공유 플랫폼은 실력이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 또는 휘발성 강하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조회 수를 자극함으로써 자신을 속이고 대중을 현혹하며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극에 맛들인 사람들의 더 자극적인 요구에 자신을 망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본다. 성급하게 관심만 추구하다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려서는 안 될 일이다.

세상의 부름을 받지 못해 여든이 되도록 불우한 삶을 살았던 강태공 이야기가 있다. 위수(謂水)에 빈 낚시를 드리우고 있던 태공을 주문왕(周文王)이 갑자기 재상으로 등용한 것은 그의 식견과 학문이 누구보다 탁월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 때는 하릴없이 낚시나 즐기는 한량이었을지 모르나, 태공은 천하를 제패할 역량을 키워놓고 자신이 나설 때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이다. 세상을 호령할 실력을 갖추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과연 쉬울까?

전산종법사는 종법사에 피임된 후 ‘나는 다른 사람보다 몸을 잘 못 숨긴 도인’이라며 낮춰 표현하신 적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는데 급급한 세상에 오히려 조용히 실력을 쌓으면서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정법회상의 참 도인의 모습일 것이다.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면 자신의 실력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자.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큰 실력이며 큰 공덕이다. 그리고 섣불리 실력을 드러내기보다 잘 감추는 공부를 우선해보자. 강태공의 빈 낚싯대가 주문왕을 낚듯, 빈 마음으로 세상과 창생을 구제할 공덕을 쌓는 것이 수도인의 큰 공부가 아니겠는가.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3월 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