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영산선학대 교무

김인선 영산선학대 교무
김인선 영산선학대 교무

[원불교신문=김인선 교무]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저는 가끔 언니와 함께 별 보러 가자며 동네 언니네 건물 옥상 위로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난관 하나 없이 툭트인 시골 건물 위 옥상은 초등학생이 오르기엔 용기가 제법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수많은 별은 밤하늘을 찬란하게 빛냈고,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별똥별은 우리로 하여금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늘을 주시하게 했습니다. 떨어지는 별들을 향해 두 손 꼭 잡고 소원을 빌려고 하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어~어~! 여기~! 저기도~!” 하며 소원을 빌기보단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놀라기 바빴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20여 년 전 이곳 영산에서도 동지 도반들과 함께 저녁 심고 후 머리 위로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보며 우리들의 작고 간절한 서원을 향해 두 손을 모았습니다. 총총히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의 서원도 조금씩 조금씩 빛을 발할 거란 설렘의 그날들이 선명합니다.

별을 떠올리면 저는 간절함이 함께 연상되어 집니다. 내 안에 작은 별이 자꾸 나 여기 있다고 불빛을 보내는 듯합니다. 내 안의 별과 저 하늘 위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별과 저 하늘 위에 펼쳐진 별들이 하나가 되어 나를 온통 뒤덮는 듯하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산은 늘 초발심과 서원의 꿈이 꿈틀거리며 20대 초반 내 삶이 묻어있는 곳이라 제겐 추억과 서원이 함께하는 곳이기에 늘 그리운 곳인듯 합니다.


영산은 우리 모두의 마음 고향
영산!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그립고 그곳엔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님 그리고 수많은 인연들의 서원과 원력이 뭉치고 뭉친 곳, 나의 서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 영산은 우리 교단의 근원성지이며 우리 모두의 마음 고향이기도 합니다. 

올해 새롭게 부임한 이곳 영산성지의 백수라는 지명은 백에서 일을 떼어버린 아흔아홉의 묏부리를 뜻한다고 합니다. 지명이 말해주듯 백수는 구수산의 많은 산봉우리가 어우러져 이뤄진 해안 산간 지역으로 바닷물이 깊숙이 내륙까지 들어오던 시절에는 구수산 삼면이 물에 잠겨 섬 모양을 이뤘다 하며, 간척 사업이 이뤄지기 전만 해도 내륙 10여km까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길룡리는 법성포에서 뱃길로 약 4km 서해의 바닷물이 와탄천을 따라 은선암과 매바위(안암) 밑을 굽이쳐 길룡리로 돌아드는데 이 물줄기가 선진포를 거슬러 위로 십여 리 올라갑니다. 와탄천은 멀리 대마의 태청산, 묘량면의 정암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무장천과 영광읍의 수퇴산에서 흐르는 도편천이 합류해 덕호리를 거쳐 법성 앞바다에 이르는 하천으로 영광에서 제일 큰 하천이라고 합니다.

옛날 길룡리 사람들은 구수산에서 땔나무를 하거나 숯을 구워 와탄천을 내왕하는 조수를 따라 뱃길로 법성포에 내다 팔고 생필품 등을 구입해 오기도 했습니다. 육로가 불편한 당시로는 와탄천은 길룡리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젖줄이었고 문물의 통로였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우리 스승님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탄생하시고 구도하시고 대각하시고 교단 창립 구인 선진을 만나 대 회상창립 준비를 일궈오신 꿈과 서원이 어리고 뭉친 근원성지 영산입니다. 영산에서 다시금 초발심을 챙겨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주신 듯해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 안의 별 ‘자성불’도
저 별과 함께
오늘도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영산은 서원이 뭉치는 곳
교단의 창립정신과 구인선진님들의 사무여한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 수많은 재가 출가 교무들의 염원과 서원이 꽃피는 곳 영산. 영산 수학 시절을 생각해 보면 스승님들의 염원과 훈증속에서 선후배 동지들이 함께 신앙, 수행하며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이법으로 길들여가는 과정에 많은 성장통도 있었습니다. 대종사님 법문이 좋고, 이곳에 모여 공부하는 법동지들이 좋아 살아가는 건 어렵진 않지만 반면 내 고민에 빠져서 살아간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 내가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은 나를 자꾸 작아지게 만들었던 학부시절이 떠오릅니다.

나를 알고 싶어서, 진리가 무엇인지 내 삶에 가깝게 다가오지 않아 가부좌를 틀고 앉아도 보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혼자 기도하며 방황하기도 하며, 수업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늘 영산 바람처럼 길을 잃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도가의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어느 날은 내 몸 하나 견디기 어렵고, 어느 날엔 무엇인가 깨친 것 같은 희열과 기쁨이 함께 공존하던 이곳 영산은 자꾸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들여다 보게 하는 묘한 힘과 간절함이 사무쳐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그러한 간절함과 방황의 시기가 있었기에 서원의 씨앗을 심고 가꿀 수 있었습니다.


영산은 만물을 살려내는 곳
어느 날 문득, 우리 모두에게는 각기 다른 각자의 삶의 무게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무게가 크든 작든 간에 누구나 삶의 무게가 있기에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내가 나를, 상대를 안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대각지로 도반들과 함께 저녁심고를 모시러 간 날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도 없었던 대각지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조심스럽게 발길을 대각지 만고일월비를 향해 걸어가는 순간 칠흑같이 어둡던 대각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더니 구름 사이로 둥근 달이 휘영청 밝게 드러나고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주변을 훤히 드러내 주자 나무는 나무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잔디는 잔디 한 포기 한 포기 그대로의 모습들이 눈앞에 드러났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를 지르며 바로 이게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이구나! 그 순간 대종사님 대각 심경이 이런 게 아닐까? 대종사님 대각 심경이 그대로 내 안에서 살아나며 한없이 기쁘고 마음이 홀가분해 덩실덩실 춤을 추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 영산은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정화해주고, 치유해주고 다 살려내 줍니다. 삼라만상이 구름에 가려져 제대로 그 형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 우리의 자성불이 드러나면 각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특성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서로 조화를 이루고 진정 자신의 빛깔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구인선진님 가슴 가슴마다 대종사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대신성으로 발해 자신과 인류를 살려냈듯이 이곳 영산은 작은 풀 한 포기조차도 불성이 갊아져 있고 그 불성을 살려내는 상생의 땅, 생명력의 땅 성지입니다.

스승님께서 의심을 품으신 곳, 스승님께서 고행하신 곳, 스승님께서 울고 웃으시며 장차 이 일을 어찌할꼬! 회상을 준비하시며 목숨조차도 포기하신 곳, 그렇기에 다시 살아나신 곳! 다시 살려내신 곳! 성지를 걷고 걷고 걷다보면 살아갈 이유가 보이고, 뜻이 생기고 길이 보이는 영산성지는 그런 곳입니다.


내 안에 빛나는 별, 자성불
이곳 영산에서 다시금 후배 교우님들과 함께 20여 년 전에도 그 자리 그곳에서 무수히 빛나던 그 별들을 보며 나를, 우리를 찾아가는 시간들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삼천대천 세계를 깨우는 33타의 범종 소리와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을 보며 하루를 맞이하는 이곳 영산에서 다시금 마음을 챙기며 학부 시절 그 간절함과 사무치는 심경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100여 년 전 대종사님께서도 이곳 영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주경야독을 하시고 밤길을 걸으시며 영산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셨겠지요? 정산 송규 종사를 기다리며 수없이 헤아리던 저 밤하늘의 별! 영산의 밤하늘은 나도 모르는 가운데 묘한 간절함과 사무침으로 자꾸 하늘을 올려보게 합니다. 영산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나 여기 있다고! 내 안의 별 ‘자성불’도 저 별과 함께 오늘도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연초록 새싹이 한창 올라오는 4월! 오늘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별 보러 갈래? 별 보러 가자!

[2021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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