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사은은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은 등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큰 은혜를 말한다. 일원상의 진리가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면 그게 바로 우주만유 삼라만상이다. 만유(萬有)의 존재는 나에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연기(緣起)적인 관계에 있다. 이를 크게 네 가지 범주의 은혜로 분류하고 그 은혜 입은 내역과 보은의 길을 밝혀 이를 신앙케 하시니 이것이 사은(四恩)신앙이요 인생의 요도다.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신앙과 윤리를 법으로 제정해 실행케 해주신바, 삼학(三學)과 함께 원불교의 대표적 교리라고 할 수 있다. 삼학이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를 닦아나가는 수행문(修行門)의 교리에 속한다면 사은은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는 신앙문(信仰門)의 교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일상의 경험에 의지하면 왜 사은이 은혜만 있는가? 해(害)도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천지가 은혜도 되지만 해가 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홍수나 태풍이나 가뭄으로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 
부모은혜 역시 대부분 좋은 부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도 종종 보게 된다. 동식물이나 곤충 미물 가운데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국가나 종교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못살게 구는 독재 폭력 국가도 있고 대중을 기만하는 사이비 종교도 있다. 

그러나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천지가 없이 내가 살 수 있는가? 부모가 없이 내 존재가 있을 수 있는가? 동식물의 존재가 없이 인간의 온전한 삶이 가능할까? 국가의 법질서나 종교의 윤리 도덕이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면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이 은혜는 이롭고 해로운 상대적 은혜가 아니라 절대적 은혜다. 내 존재와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 은혜라는 것이다. 

나아가서 나라는 존재는 전적으로 사은이 주신 공물(公物)이다. 지금 나와 내가 누리는 삶의 모든 것은 사은의 결정체다. 누가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

지금 세상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 근본적 은혜의 망각으로 인해 원망과 다툼이 깊어진 데 있다. 이 은혜를 알지 못하고 눈앞에 원망이 쌓여 반목과 대립이 심화하고 증오와 다툼이 횡행하여 잠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가정으로부터 국가 세계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온통 큰 혼란과 고통 속에 있다. 지금 세상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도덕과 윤리의 길은 우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근본 은혜를 알아서 감사 보은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일이다. 

괴로움은 원망에서 비롯하고 복문(福門)은 은혜를 알아서 감사하고 보은하는 데서 열린다. 좋은 인생은 이 절대 은혜를 알아서 보은하며 감사생활 하는 삶이다. 그것이 사람이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이기도 하다. 중생은 은혜도 원망으로 돌려서 고통 속에 살고 불보살 성현들은 원망도 그 은혜의 소종래(所從來)를 알아서 은혜로운 삶을 살아간다. 
사은의 교리는 누구나 알기 쉽고 간단하다. 그러나 그 뜻은 크고 깊다. 진리에 바탕하고 사실에 부합하는 사은의 교리가 널리 드러나고 육도사생이 이 가르침에 귀의할 때 비로소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 이른바 해원상생(解冤相生)이 된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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