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19장에서는 사람의 일 가운데 무슨 일이 제일 급선무가 되는지 묻는 학인의 질문에 정산종사는 “각자의 허물을 찾아 고치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일시적 판단 실수거나 순간의 욕심에 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법문은 허물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허물을 오래 방치하여 큰 허물이 되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남방의 ‘성성(猩猩)’이라는 동물이 술을 좋아하는 허물을 고치지 못해 사람들에게 잡히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는 비유를 통해 사람이 작은 허물을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 큰 허물이 되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법문을 했다. 그런데 요즘 현실을 보면 ‘성성’이라는 신화적 동물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작은 허물을 큰 허물로 키우고 그로 인해 큰 죄업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한 예로 얼마 전 내장사 대웅전이 화재로 완전히 소실됐는데, 방화범이 내장사에 머물던 승려였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승려는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서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했는데, 정작 내장사 스님들은 그 승려와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 그 승려에게 상처가 될 작은 원망의 씨앗을 던졌을 것이다. 다만 그 승려는 그 작은 원망심을 계속 눈덩이처럼 굴려 결국은 대웅전에 불을 지를 정도로 키워내고 만 것이다. 누구에게 하소연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처님 법에 귀의해서 참 마음을 닦겠다던 출가수행자가 자기의 작은 원망심 하나를 다스리지 못해 세상에 큰 죄업을 지은 것을 어찌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불교계 전체가 참회 반성할 일이리라.

이제 우리 일상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우리들 대부분은 좁은 공통체 안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산다. 아마도 내장사 승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사람들에게 ‘은혜의 씨앗’을 주었을까, ‘원망의 씨앗’을 주었을까? 또 우리는 오늘 사람들로부터 ‘은혜의 씨앗’을 받았을까, 아니면 ‘원망의 씨앗’을 받았을까? 만약 ‘원망의 씨앗’을 주거나 받았다면, 늦기 전에 서둘러 그 ‘해독’의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그 원망심이 작다고 방치하면 내장사 승려처럼 결국 나와 세상을 망칠 원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은 대각의 달이다. 창생을 제도하고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큰 서원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우리 마음속 ‘원망’의 허물을 고치고, ‘은혜’의 씨앗을 심고 가꾸며 그런 삶을 주위에 널리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대종사님 대각의 뜻을 받들어 실천해야 할 급선무가 아닐까?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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