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6장에서는 “대종사께서 ‘과거 회상은 일여래 천보살 시대였으나 앞으로는 천여래 만보살이 출현하리라’하셨나니라”라고 했다. 지난 2500년을 통해 세상에 불법을 편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많은 보살과 조사(祖師)들이 그 전통을 이어 왔다. 하지만 불경에 보면 석가모니 이전에도 부처님의 회상은 있었다고 하며, 이 가운데 과거칠불(過去七佛)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칠불은 비바시불(毘婆尸佛)·시기불(尸棄佛)·비사부불(毘舍浮佛)·구류손불(拘留孫佛)·구나함불(拘那含佛)·가섭불(迦葉佛)·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다. 비바시불·시기불·비사부불은 장엄겁(莊嚴劫:과거)시대 천불(千佛)의 마지막 세 부처며, 구류손불·구나함불·가섭불·석가모니불은 현겁(現劫:현재)에 등장한 천 명의 부처 중 최초의 네 부처님이라고 한다. 

경전에 따라서는 부처님이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고 수기(授記)를 한 연등불(燃燈佛)을 시작으로 24부처님, 또는 53부처님을 말하기도 하며, 장엄겁의 연등불·현겁의 석가모니불, 성수겁(星宿劫:미래)의 미륵불을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현재·미래에는 각각 천 명의 부처님이 출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태산 대종사는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은 현겁의 다섯 번째 부처님일까, 아니면 성수겁의 첫 번째 부처님일까? 원불교에서 대종사를 미륵불과 동일시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성수겁의 첫 번째 부처님이라고 해도 좋다. 석가모니불의 연원은 연등불이고, 대종사의 연원은 석가모니불이니, 이 세 부처님을 장엄겁에서 현겁, 성수겁으로 이어지는 ‘정법회상 정통정맥’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석가모니불 회상이 겨울의 끝자락에 있으며, 대종사의 새로운 정법회상이 새로운 싹을 틔우며 봄기운을 받아 점점 그 세력이 키우고 있다. 일시적으로 봄을 시기하는 꽃샘추위는 있을지라도 봄이 겨울로 돌아가지 않듯, 새 회상 정법의 수레가 다시 구르기 시작한 이상 교단에 일시적 고난과 혼란이 있더라도 말법의 과거회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천 여래 만 보살의 회상에 참예한 사람이 과거불교에서처럼 깨달음만 추구하면서 자기 수행에 몰두한다면, 그 사람은 몸은 정법회상에 있되 정신은 과거회상 소승(小乘)의 굴레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으랴. 새 정법회상에서는 자신에 대한 욕망도 깨달음의 갈망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일체생령의 구제를 위해 공중에 헌신하는 교화의 삶을 일관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천여래, 만보살의 회상은 열릴 것이다.

대종사 이후 벌써 다섯 여래가 출현했다. 앞으로 어떤 여래들이 출현하실까? 원불교의 정법 교화가 세계 속에 꽃피울수록 천여래 만보살의 출현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4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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