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심 교무
이성심 교무

[원불교신문=이성심 교무] 한 달 이른 따뜻한 날씨, 수목원엔 활짝 핀 꽃으로 가득하다. 코로나19의 우울을 떨쳐내려는 듯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운동에 열중하는 여성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보니 한 설문조사가 생각났다. 

우리나라 국민 중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중은 61.6%이다. 이 중 여자는 62.1%, 남자는 61%로 여자가 약간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햇살 맑은 날이면 친구들과 수다꽃을 피워 그러한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아마도 건강 등의 영향 때문이라 본다. 또 국민 중 행복감을 느낀 사람의 비중은 70.5%로 여자는 71%, 남자는 70%였다. 여성이 장수하는 원인도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조금이라도 높기 때문이라 본다. 이 통계는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나타난 자료로 주관적 웰빙에 관한 내용이지만 참고할 만하다. 

13일, 제246회 임시수위단회에서 ‘원기105년도 출가교역자 직무·생활만족도 및 이단치교에 관한 의식조사’가 대략적으로 보고됐다. 내용 중 교역자 생활의 객관적 환경 만족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에 비해 남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생활만족도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에 비해 남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사회에서는 여성의 삶의 만족도가 남성에 비해 약간 높다. 그러나 우리 교단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신앙 수행의 측면인지, 근무여건이나 삶의 측면인지 세부적인 자료를 보고 파악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필자는 모 회사의 프로젝트100 커뮤니티에 참가해 100일간 안녕지수를 체크하고 있다. 현재 참가 인원은 1719명이다. 1천7백여명이 즐거운 감정, 평안한 감정, 우울한 감정, 불안한 감정의 정도를 매일 체크한다. 

체크 후 나를 위한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위해 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녕 지수는 평균 54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비해 내 점수는 높은 편이다. 매일 내면을 점검하며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살핀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감정을 잘 승화시켜 본래자리를 회복하려 한다. 그날의 감정은 그날에 승화시키려는 것이다. 귀찮지 않느냐고 묻지만 매일 심고 올리듯 상시훈련의 일환으로 이제는 습관화되고 있다.

정산종사는 “득도(得道) 보다 낙도(樂道)가 먼저다”고 하셨다. 물론 이 법문을 하신 상황성이 있지만 본의는 후진들의 법열을 돋우기 위함이셨다. 도를 깨치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사은과 더불어 도를 즐기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원불교는 수행위주가 아니라 영육쌍전 이사병행 동정일여의 교리를 표방한다. 낙도의 원리는 쌍전과 병행 속 깊은 재미를 맛보는 도미(道味)인 것이다. 각자 내면의 세계가 그 맛으로 충만하면 삶 자체 역시 법열로 충만하게 된다. 

“일산(一山)과 도산(道山)은 낙도하고 웃으며 사는지라 관상가가 보고 놀라면서 ‘무슨 좋은 일이 있습니까?’하며 활인상(活人相)이라고 하더란다. 그분들은 대종사를 뵈온 재미, 대도 초창기를 만난 재미 등 누가 알아주나 몰라주나 속 깊은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한 울안 한 이치에> 화합교단 77절) 우리는 낙도자인가? 활인상인가? 행복한 교화자 옆에는 기운 따라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자신의 만족과 행복은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삶에 대한 안빈낙도와 각자의 근기만큼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의 심경을 갖자. 재가출가 교화자들이 낙도 생활로 교화에 임한다면 사회나 내가 머무는 자리는 광대 무량한 낙원이 앞당겨질 것이다. 대종사님 깨달음의 기쁨을 체화해 낙도를 실현해 가자.

/둔산교당

[2021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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