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심 교무
이성심 교무

[원불교신문=이성심 교무] 긴 기다림 끝에 우리나라에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제약의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했다. 백신 접종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안심이 된다’는 희망이 읽힌다. 내 차례는 언제인가? 때를 기다려야 하니 지금까지 해 왔던 생활 방역에 치중할 수밖에. 이번 기회에 백신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백신은 무엇인가. 생태백신, 생활백신, 마음백신, 인생백신 등. 우리 삶의 다양한 요소에 백신이라는 단어를 붙여본다. 어느 하나만이 최고의 백신, 만능백신이라 할 수 없다. 지구 공동체를 위해 지킬 수 있는 긍정 요소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길만이 우리 삶에 이로움을 주는 만능백신이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재천 교수가 강조한 ‘생태백신’을 주목해 본다. 즉 생태백신을 가지려면 근본적으로 우리들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 기후변화를 줄이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거리 두기를 하는 생활백신 역시 실천에 답이 있다. 플라스틱 줄이기 등 물질문명을 최대한 자제하며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생태백신의 일환이면서 생활백신을 활성화 시키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나마 요즘 1일 플라스틱 사용 자제, 물티슈 사용 줄이기, 생활 용기 리폼과 재사용 등 작고 사소한 생활 속 실천을 추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대면 생활이 늘어감에 따라 사회 구조가 바뀌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에는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왜?’라는 안이한 생활패턴을 버리고 생각의 구조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호프 자런이 쓴 책을 접했다. 저자가 태어난 1969년 이후 50년 동안 지구촌의 변화된 점을 나열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두 배가 되었고, 곡물 생산량과 육류 생산량은 각각 3배 늘었다. 인간이 매일 만들어 내는 폐기물은 2배 이상 늘었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는 지구상 영양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에 맞먹는 상태라고 한다.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전력의 양은 4배 증가했고, 비행기 승객은 10배 증가, 지구상에는 10억대가 넘는 차량이 존재한다. 프라스틱 생산량은 10배 늘어났고,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해 매년 1조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1℃가량 상승했으며 평균 해수면도 10㎝ 가량 상승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50년 동안 인구는 60%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10배, 화석연료 사용은 9배 증가했다. 

저자는 ‘우리는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도 신간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으려면 매년 온실가스 150억 톤을 대기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우리는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자’는 3덜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적극적 실천을 이어오지 못했고 구호에 그친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3덜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다행히 지구온난화 속에서도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새봄에 어떤 희망백신을 심을까? 옥상에 화분을 정리하며 새싹들에게 감사에너지를 전해본다. 그러면서 ‘꽃씨를 심으며’라는 홍수희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린다. ‘오늘 내가 심은 꽃씨 한 톨이/ 세상 한 켠 그늘을 지워준다면/ 내일이 행여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은 작게 시작하는 거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다’며 ‘이 정신으로 사심 없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결국 무위이화(無爲而化)의 큰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고 하셨다. 우리들의 삶에 만능백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원 교법 실천을 이소성대의 원칙에 의해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희망백신이요 인생백신인 것이다.

/둔산교당

[2021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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