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제 예비교무
영산선학대학교

[원불교신문=정원제 예비교무] 나의 출가 연원은 롤모델이자 인생의 버팀목인 할머니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선택과 책임을 할머니에게 떠넘기며 의존하며 살아왔다. 새도반훈련 중간, 난 서울로 도망갔다. 이 공부 도량에서 나가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 한순간의 망설임과 두려움 때문에 도망쳤다. 다행히 서울에서 할머니와의 문답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바로 영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때가 내 인생의 주체를 할머니에서 나 자신으로 전환한 기점이었다.

학교에 와서 보니 21년간 교당을 드나들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공부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여러 교우들과 교무님들께 질문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견해를 들으며 생각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불안·나태·계교·부러움·조급함 등 옳지 않은 마음이 일어날 때가 많이 있다. 이런 마음이 올라올 때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달리곤 한다. 행동을 크게 하며 몸을 활짝 피고 할 수 있다고 외칠 때마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강한 의지가 남아 몸에 쓸데없는 힘이 빠지고 편안해진다. 불안에 이끌려 아무것도 안 하지 말고, 순간을 즐기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기 위해 항상 주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과제를 하며 ‘성불제중’이라는 표현을 많이 본다. 현재 나의 목적은 ‘성불’뿐인 것 같다. 일단 내가 잘살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여리고 미약하지만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반드시 큰 사람이 될 것이라는 욕심도 있다. 이 목적이 앞으로의 길고 긴 공부 길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갈지 참 궁금하다. 성장해가는 과정을 충분히 즐기며 행복하게 생활하려 한다. 이 도량에서 공부하겠다는 최상의 선택을 했기에, 매 순간 나에게 집중하며 잘 살아가려 한다. 이 도량에 도달하기까지 이끌어주신 모든 인연에 감사드리며, 반드시 보은하는 사람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2021년 4월 2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