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법 교무
김지법 교무

[원불교신문=김지법 교무] 올해는 대종사의 교단 창립 한도 설정으로부터 시작된 교단의 역사에 있어서 제3대(원기73년~원기108년)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교정원은 이러한 중대한 시기임을 감안해 교단 제3대를 결산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교단 제3대 결산총회준비위를 발족했다.


3대 결산 왜 해야 하는가
결산은 설계에 따라 실행한 성과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결산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①설계 평가 ②실행 평가 ③현 상황 진단 ④목적 반조 ⑤대안 제시이다. 첫째, 설계 평가는 제3대 설계 자체에 대한 분석이다. 성과에 대한 분석에 앞서 설계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있어서 목표 자체에 대한 분석은 향후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실행 평가는 제3대 36년간의 공과(功過)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분석이다. 성과가 있는 면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상이 있어야 하고, 성과가 부족한 면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성찰해야 한다.

셋째, 현 상황 진단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현재는 과거의 반영이고, 미래는 현재의 반영이다. 인과의 이치는 분명해 현재의 모습은 분명 과거 모습의 결과이다. 현재를 분명하게 보는 일은 제3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넷째, 목적 반조는 당면한 현안의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원불교의 본래 목적과 지향점에 대한 성찰을 하자는 것이다.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문제는 대종사의 교법과 무관할 수 없다. 원불교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원불교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원불교의 이념과 목표에 대한 부단한 토론과 연구는 미래 원불교의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다섯째, 대안 제시는 제3대의 공과에 대한 문제점 파악에 따른 해결책의 모색이다. 다만 이는 직접적으로 제4대 설계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래 설계는 과거의 성과에 의존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과 비전(vision)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산에서는 지난 제3대의 공과를 분석하면서 당면한 문제와 가까운 미래의 문제해결에 참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첫째, 선입견을 배제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스스로에게 관대해서는 제대로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

둘째, 의문과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서슴없이 질문하고 비판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갈 길이기 때문에 마음에 의문이 있는 상태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를 말할 수 있다고 언명했다. 정녕 참된 길을 간다면, 어떤 누구의 비판에도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래의 서원을 끊임없이 반조해야 한다. 어떤 문제든 원불교의 본래 서원과 멀어질 수 없다. 문제의 해결은 본래의 서원과 목적을 반조함으로써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만약 사회의 흐름이 대종사의 정신과 맞지 않다면, 과감히 그 흐름을 거부할 용기도 필요하다. 제생의세의 목적으로 본다면, 환자의 입맛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도려낼 것을 도려내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구성원 모두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원불교 교단 전체의 일이다. 과거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은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해 스스로를 성찰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무엇을 성찰하고자 하는가
첫째, 개념 정립이다. 원불교의 사상에 나타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일의 첫 번째 과업이다. 교단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개념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성과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만약 서로가 사용하는 개념이 다르면, 목표와 방향이 다르게 되어 결코 동일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따라서 제3대 결산의 성찰과제는 개념 정립이다.

둘째, 목표 반조이다. 원불교의 이념과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이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반조는 대종사의 뜻을 현재의 세상에 펼침과 동시에 앞으로 원불교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셋째, 교리 해석이다. 대종사의 교법을 진정으로 믿고 따른다면, 어떤 질문과 비판도 두렵지 않다. 다만 열린 마음으로 이치에 따른 논쟁은 건설적이지만, 닫힌 마음으로 질문과 비판을 불편해한다면 이는 소모적이다. 진정한 교법의 생활화는 대종사의 교법과 심법을 현 상황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원불교 교단 차원에서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회의 수많은 이슈에 대해 원불교의 입장을 명쾌하게 제시할 때 대종사의 교법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3대결산총회준비위원회는 중앙총부 정신원에 위치한다.
3대결산총회준비위원회는 중앙총부 정신원에 위치한다.

결산과 설계가 분리된 이유는
설계와 실행과 결산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설계와 결산은 그 목적과 중심이 다르다. 설계는 ①조직 내부의 효율 ②외부 환경의 적응 ③미래의 새로운 가치와 이념으로 이뤄진다. 결산은 지나온 과거의 ①문제 진단 ②실행 평가 ③성찰과 반조로 이뤄진다. 첫째, 조직 내부의 효율 문제는 결산의 문제 진단과 평가, 성찰과 반조로 설계에 반영될 수 있다. 둘째, 외부 환경의 적응 문제는 조직 내부의 문제와 조직 외부의 문제로 대별되는데, 내부 문제는 첫째 진단과 처방에서 해결될 수 있지만, 외부 문제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에 따라 이뤄진다. 셋째, 미래의 새로운 가치와 이념 문제는 둘째의 미래 안목, 즉 비전(vision)에 따라 결정된다. 교단의 본래 목적과 서원에 따라 미래를 바라볼 때 성립되는 것이다. 이는 결산의 성찰과 깊은 연관이 있으면서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장사로 설명해본다. 만약 장사로 크게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좋은 물건인가? 둘째 시간과 장소는 적절한가? 셋째 누가 어떻게 장사를 하는가? 이러한 세 가지 질문에 답이 있다. 아무리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좋지 않은 물건으로 장사를 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에서 장사를 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건도 좋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해도, 장사하는 사람이 실력이 없으면 역시 장사를 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교법에 적용하면, 첫째 원불교 교법은 좋은가? 둘째 원불교 교화에서 시간과 장소는 적절한가? 셋째 교단 구성원은 교화를 어떻게 하는가? 이러한 질문과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결산은 장사를 해보고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위에 언급한 평가의 기준은 세 가지인데, 결산에서 평가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세 가지 모두 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대부분 결산에서 첫째의 문제는 크게 주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종사의 교법은 만고(萬古)의 대법이기 때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물건을 사려는 사람, 즉 사회의 일반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현재 장사가 잘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욱 연구해야 한다. 원불교의 교법이 정말로 좋은 물건이라 자부한다면, 그에 부합하는 연구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교법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만이 원불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결산은 지난 36년간의 원불교가 걸어온 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반조의 작업이다. 이는 대종사의 서원과 원불교의 목표를 하나로 맞추는 일이다. 교단 제3대를 결산하는 이 순간,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 길은 우리 원불교 교단 전체의 일이며, 구성원 모두의 동의와 공감 속에서 해야 할 일이다.

/3대결산총회준비위원회

[2021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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