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와 평가의 시작

김지법 교무
김지법 교무

[원불교신문=김지법 교무] 원기72년 3월 19일 교단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아 교단 제3대 설계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대산종법사는 6가지 원칙을 당부했다.

① 대종사께서 밝혀 주신 개교의 정신에 입각, 항상 시대화·생활화·대중화로 하나의 세계, 보은의 세계, 균등의 세계를 건설해 나가게 할 것.
② 세계건설은 교단과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의 성역화에 있으니 이를 위한 대도 대덕을 갖춘 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제도와 행정으로 뒷받침할 것.
③ 일원의 원만한 신앙과 수행 생활은 오직 훈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니 하나에서 열까지 훈련강화의 길이 수립되게 할 것.
④ 모든 면에 개방과 수용, 평등과 조화로 공생공영하고 동고동락하고 합심협력이 되게 할 것.
⑤ 교정의 조직화·합리화·원활화로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교단이 되어 결국 교화에 좋은 결실을 거두게 할 것.
⑥ 총부는 법륜상전의 대성지요, 신앙수행의 중심이니, 중앙 체제를 확고히 하되 점차 교구 기관의 자율성을 살려 나가야 할 것.  (『교단 제3대 설계 종합보고서』)

이러한 대산종법사의 경륜에 따라 교단 제3대 설계특별위원회의 기본 방향이 설정되어 설계가 시작됐다.

창립 제1대 : 교단 창업의 기초를 확립한 시기
창립 제2대 : 양적 성장에 의한 교세 신장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사오십년 결실의 성업을 이룬 시기
창립 제3대 : 내실을 통한 교단성숙의 시기

 

원기72년 3월 19일 교단 제3대 설계특별위원회 발족 봉고식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원기72년 3월 19일 교단 제3대 설계특별위원회 발족 봉고식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교단 제3대 설계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내실을 통한 교단성숙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① 제2대까지는 대종사를 친견하고 구전심수로 이어온 선진들이 교단의 성장을 위해 혈심혈성을 다해왔다. 이제 제3대는 교법을 보고 발심하여 모여든 다음 세대들이 선진의 전통정신을 면면히 이어받고 나아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창조정신을 발휘하여 조화시킴으로써 성숙된 교단운영의 틀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② 제2대까지 교단의 창업과 성장에 주력하여 대체적인 교단의 면모를 갖추어 왔으니 제3대는 민족과 인류가 요청하는 역할을 원만수행함으로써 교단이념의 실천적 검증과 정신개벽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여 인류 역사에 성숙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③ 제2대까지 사오십년 결실의 면모를 완성하였으니 제3대는 교단의 성숙에 바탕하여 세계사 속에서 사오백년 결복의 성업을 향해 국제교화의 확장을 통한 세계적 종교로서의 성숙된 면모를 갖추어 전 세계 인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원화 운동의 터전을 닦아야 할 것이다. 

 

기본 방향에 따라 설계의 기본 방향과 범주가 다음과 같이 설정됐다.

1. 기본 방향
(1) 연역적이기보다는 귀납적 방법 채택
(2) 미래상보다 현안문제에 중점
(3) 서술적이기보다는 명제적으로 기술
2. 범주
(1) 교단 문제를 6개 분야(체제제도, 교화계획, 전무출신제도, 인재육성관리, 재정산업, 봉공공익)로 대별하고
(2) 과제의 중대성과 함께 해결 가능성을 의식하면서 제3대 36년간의 단계적 구상(회별, 6년, 3년 단위 등)을 하되
(3) 이념, 정신문제의 독립적 논의와 서술은 미뤄두고 또한 집행부가 수행해야 할 세부계획은 생략하며
(4) 분과회의, 상임위원회, 연구원작업, 전체회의를 통해 집약된 의견의 범주로 한정한다.


설계의 기본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연역적이기보다는 귀납적 방법 채택
귀납적 방법은 개별 사례에 관한 관찰을 총괄해 그 공통된 성질을 일반 명제로 확립하는 추리, 즉 특수 사실로부터 일반적 주장을 끌어내는 추리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연역적 방법은 보편적 법칙 또는 일반적 주장에서부터 특수적 법칙 또는 주장을 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미래상보다 현안문제에 중점
귀납적 방법과 현안문제에 중점을 둔다는 점을 결부시키면 교단의 현안문제 진단에 따른 구체적 사례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미래 비전보다 현안에 대한 해결책 제시에 관심이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3) 서술적이기보다는 명제적으로 기술
위 두 문제와 결부 지어 생각해보면, 명제적으로 과업을 설계한다는 것은 구체적 목표를 시간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범주 (2)에서 단계적 구상에서 나타나듯 시간 계획에 따른 목표 달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이러한 설계의 한계는 당시 교단 제3대 설계위원회에서도 충분히 인식됐다. 『교단 제3대 설계 종합보고서』에 기술된 설계의 기본 방향의 설정 이유와 한계는 다음과 같다.

(1) 과제영역 설정상의 한계 : 교단 과제를 6개 분야로 대별함에 따라 마땅히 선행되어야 할 이념, 정신문제의 독립적 서술과 교육 분야 등 일부 영역이 논의되지 않았다.
(2) 위원회 구성상의 한계 : 위원회를 6개 분과로 구성 운영함에 따라 90인 위원이 사실상 17인 분과위원의 폭으로 줄어 경험과 전문지식의 한계로 보다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어려웠다.
(3) 논의 과정상의 한계 : 각종 사안과 설계의 논의 과정상 위원들 간의 시각의 차가 크고 다분히 심정적인 접근이 많아 합의의 도출과 논의 차원의 상승 추진이 어려웠다.
(4) 시간적인 한계 : 원기72년(1987) 3월에 발족하여 원기73년(1988) 말에 해제키로 된 위원회의 활동 시한이 제3대의 종합설계라는 중대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촉박한 시한이어서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합의 도출과 구체적인 대안 창출에 중의와 슬기를 총집결하기는 어려워 대치되는 입장과 대안은 채택할 수 없었다.

 

 

당시 대산종법사는 대종사가 밝힌 개교의 정신에 입각, 항상 시대화·생활화·대중화로 하나의 세계, 보은의 세계, 균등의 세계를 건설해 나가게 할 것을 당부했다.
당시 대산종법사는 대종사가 밝힌 개교의 정신에 입각, 항상 시대화·생활화·대중화로 하나의 세계, 보은의 세계, 균등의 세계를 건설해 나가게 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같은 교단 제3대 설계의 기본 방향과 한계에서 제4대 설계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대종사의 본래 서원과 취지에 따른 원불교 정신과 이념을 연구하여 비전을 제시한다.
둘째, 제4대를 앞두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한다.
셋째, 교단의 내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교단의 외적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한다.
넷째, 교단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영역을 명확히 설정하고 핵심과제를 중점적으로 설계한다.
다섯째, 위원회 구성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여 현안의 해결책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을 연구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교단 제3대 설계의 개요는 지난 교단 역사의 초석으로 현재까지의 교정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제4대를 앞둔 현시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검토는 향후 교단의 설계 방향에 큰 시사점을 제공하며, 교단의 구성원 모두가 이를 이해하고 합심 합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3대결산총회준비위원회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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