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엽 교무
유정엽 교무

[원불교신문=유정엽 교무] 대산종사의 법문을 추가하며 경전을 새롭게 편집·발간하는 과정에서 『원불교 전서』에 오자와 오기가 발견됐다. 이전에도 오자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근래에 처음 벌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 교정원장과 수위단회의 사과가 있었고, 책임과 해결방법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그저 종이 뭉치에 불과한 『전서』에 오자 몇 개 있는 것을 그렇게 큰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느냐 질문한다. 

금칠한 플라스틱을 진리의 상징인 법신불 일원상으로, 종이에 가르침을 담아 ‘법보(法寶)’로 숭배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단지 오자 몇 개가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근간에 대한 문제이다.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법보의 훼손’이라는 시각으로 분노하고 부끄러워할 때, 교단의 초기대응은 정오표와 회수·환급 등 교재 수준의 해결방법을 제기하여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됐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지점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보의 권위와 공신력에 대한 신앙과 상징의 영역과, 이 정도 규모의 문서를 편집하면 오자와 오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행정과 사실의 영역이다. 상징적 측면에서는 수위단회의 사과문처럼 ‘죽어도 다 갚지 못할 무한 책임을 느끼’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모든 경전에는 오자와 탈자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상징의 문제는 상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 교단 구성원 각자의 책임과 상황에 맞추어 가장 진정성과 상징성 있는 방법으로 참회의 의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수위단회에서는 대각전에 모여 여러 날 참회의 기도를 진행하고, 전체 출가교도가 영모전 광장에 모여 참회의 헌배를 드리는 등의 방법이다. 일식(日蝕)때 인신공양으로 태양을 살리려 했던 것처럼 상징적인 문제에 희생양을 찾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상징의 영역과 분리하여 현실의 영역에서도 이번 사건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책임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제대로 된 공람(供覽)의 부재, 기존에 교정된 것보다 후퇴한 오자와 오기, 회수로 인한 금전적 손해 등의 과정과 결과에 분명한 문제가 발생했다. 담당 실무진과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중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오자와 오기의 문제가 발생하자, 『전서』의 재질과 크기, 새 성가의 편입, 『전서』 의 필요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명되고 있다. 물론 의견에 관한 판단은 서로 다를 것이다. 그러나 편집의 과정에서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반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대중의 동요가 큰 것은 경전의 권위를 떨어뜨린 것과 함께 ‘정년연장·법위사정·대교구제’등 정책들에 대한 소통의 부재가 계속된 탓일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교재로서 좋은 경전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하고 빠르게 『전서』를 다시 보급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깊은 고민으로 더 좋은 경전을 만들자는 입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지지하지만 어느 쪽이든 지도부의 혜안과 대중의 선택에 따라 원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실 ‘법보의 훼손’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번 사건은 ‘서울교당사건’ ‘치바사건’ 그리고 ‘교정원의 서울 이전 실패’와 같이 종종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러기에 해결방법도 이전과 비슷한 뻔한 글을 쓰게 됐다.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의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도 절망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이번을 교훈 삼자고 했지만, 책임을 지지 않았고 점점 더 불통(不通)의 지도부가 됐고 몇 년 간격으로 비극적인 행정 실수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바뀔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내게는 없다.

/양평교당

[2021년 6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