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효
박명효

[원불교신문=박명효] 누군가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힘든 상황을 직접 해결해 주지 않아도,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편안해 진다.

몇 해 전, 수능을 석 달여 남겨두고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상담실을 방문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해왔으며, 성적은 중상위권으로 또래관계 및 학교생활이 원만한 청소년이었다.

최근 집중이 잘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답답해서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상담을 직접 신청하고 방문했다.

“큰일이에요. 곧 시험인데 책상에 앉으면 머리가 아파져요. 공부는 해야 하니까 약을 먹고 공부는 하는데, 힘들어요.” 고3 남학생은 상담 첫 회기에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외롭다는 이야기들을 꺼내 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리고 “많이 외로웠지?”라는 말을 꺼내자 청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을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왔으나, 수능시험이 점점 다가오자 부담감과 불안감이 커져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떨어져 있고, 주변 친구들은 수능 준비로 바쁘다 보니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 청소년은 부모상담를 비롯해 4회기 상담을 진행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상담을 종결했다.

이 청소년의 경우처럼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담을 받으러 왔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상담기법으로 ‘적극적 경청’과 ‘공감적 이해’라고 한다. 경청은 눈을 마주 보고 언어와 비언어적 메시지를 잘 들어 주는 것이고, 공감적 이해는 그 사람이 경험한 주관적 감정을 그 입장이 되어 이해해주는 것이다.

2년 동안 상담을 받았던 여중생이 있었다. 특별히 호소하는 문제는 없었지만, 사춘기를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상담실을 방문해 2년 동안 꾸준히 상담을 받으며 사춘기 시기를 보냈다. 사춘기를 보내며 특별히 문제 될 만한 행동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학교 및 가정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지냈다. 

이 청소년은 상담시간에 자신이 일주일 동안 경험했던 일들과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상담자는 별도의 상담 목표설정 대신 적극적 경청과 공감적 이해를 목표로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 주었다. 

상담을 종결하면서 이 청소년은 “그동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언젠가부터 이상하게 변한 내 마음을 나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선생님의 눈은 항상 제 편이었어요. 저 이제 사춘기는 끝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요.” 청소년들이 상담실에 찾아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한 사람만 있더라도 건강한 사춘기를 보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 자녀 그리고 내 주변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눈과 귀를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며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담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면 청소년상담전화(지역번호+1388)와 카카오톡 채널 ‘청소년상담1388’로 상담 받을 수 있다.

/ 전라북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21년 6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