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나는 예전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어 보였다. 바이올린은 일단 모양새가 너무나 아름답다. 자연의 재료인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나무의 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몸통과 스크롤까지 악기 곳곳의 곡선미가 아름답다. 몸통 양쪽에 자리하는 f홀은 또 얼마나 우아한가. 연주를 위해 악기를 어깨에 올리고 왼손으로 넥을 받치면 연주자와 악기는 하나가 된다. 그리고 악기를 고정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젖히고 오른손으로 활을 가볍게 잡으면 바이올리니스트의 기품이 완성된다.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어떠한가! 인간의 희노애락을 이만큼 잘 표현하는 악기가 있을까. 현을 떠는 비브라토로 아주 애절한 소리부터 트릴, 스타카토 등의 주법으로 귀엽고 깜찍한 소리도 가능하며 하모닉스라고 아주 고음의 소리를 약하게 내어 신비로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바이올린을 연주자 흉내라도 내 보고 싶어 몇 년 전부터 배우고 있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세련미 넘치는 바이올린은 배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음정이 흐트러진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지만 쉽게 늘지 않는 악기이다. 일단 피아노나 관악기처럼 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정확한 음정을 인지하고 그 음을 짚어야 한다. 

나의 연주로 오염된 귀를 정화하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있으면 부지런히 찾아가 듣는다. 현재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연주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정경화, 강동석에서 장영주(사라장)로 이어지고 파가니니 콩쿨에서 우승한 양인모, 김다미, 김봄소리, 클라라주미강 등 최고의 연주자들이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어 수시로 감상하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연주회장에서 연주자의 모습을 실제로 보며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이 감동의 최고봉을 느낄 수 있다. 간혹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얼마 전 한참 전 세계를 누비며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클라라주미강의 연주회를 갔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평소에 거의 감상하기 힘든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이었다. 보통 바이올린 연주에는 피아노 반주가 함께 하는데 무반주이니 바이올린 한 대로 무대를 채워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전곡이라 하면 바흐가 바이올린 한 대만을 위해 작곡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감상하는 것인데 거의 3시간이 걸리는 연주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연주활동의 정점을 찍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주하는 것이 바흐 무반주 곡이고,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책임지고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연주자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기에 실로 대단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운 좋게 이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고 마스크를 쓰고 3시간 가량을 앉아있었지만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게 몰입해 감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클라라주미강은 독일에서 태어난 한국연주자로 이 연주를 통해 바흐의 무반주 곡을 한 호흡에 연주하고 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다고 하며 자신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바이올린 소리에는 긴 시간을 이어온 인간의 감정이 녹아있다. 훌륭한 곡들도 너무나 많다. 오늘은 퇴근 후 저녁을 요리하며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을 다시 들어야겠다. 

/강북교당

[2021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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