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심 교무
이성심 교무

[원불교신문=이성심 교무]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한 여름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첫 부분이다. 육당 최남선의 이 시는 바다의 이미지 속에 구시대의 잔재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강렬히 갈망하는 의지를 담았다.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육당은 몰락해 가는 파산 직전의 국운의 현실에서 조국의 희망과 새 시대의 상징으로 소년들이 나아가야 할 지표를 설정했다. 소년의 때 묻지 않은 개혁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육당의 시 속에 표현된 바다(海), 파도소리의 웅대함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상두소리로 들린다. 소태산 대종사는 기미년 민중이 기쁨으로 외치던 삼일만세 소리를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라 했다. 그리고 ‘어서 우리들이 하는 일을 마치고 기도드리자’고 비전과제를 제시했다. 그 과제를 해내야 하기에 구성원들은 일심합력으로 임했다.

불행하게도 교단은 『원불교 전서』 개정증보판 사태로 이 여름 재가출가 교도들의 머리를 뜨겁게 했다. 수위단원들은 교전, 교서 편수에 관련된 개별 안건들을 논의하며 집단최면에 걸린 듯 잘못된 과정을 발견하고도 ‘멈추라’고 말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수위단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줌 회의로 진행됐다. 그 회의가 현 사태를 막을 최적의 시기였다. 봉도수위단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나는 왜 그리 무지했나. 왜 과정을 무시하고 일을 하냐고 지적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실무자들을 너무 믿었던 자신을 탓해본다. 그러면서 뒤통수를 세게 맞았구나. 그 뒤통수를 누가 때렸나를 재차 점검해 봤다. 내 자신이 때렸음을 알게 됐다. 이후 참회기도를 하며 백배사죄의 마음을 진리 전에 고했다. ‘저는 소태산 대종사와 역대 선진님들께 큰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종법사님의 경륜을 잘 받들지 못했고 전 교도들에게 큰 혼란을 드렸습니다.’ ‘교단의 법통과 공법(公法)의 준엄함을 훼손하였습니다.’ 그러니 깊이깊이 참회합니다. 

『원불교 전서』 개정증보판 발행 사태 이후 교무들은 책임자 사퇴와 징계를 요구했다. 거기에 더하여 미래시대 이대로는 안된다는 교단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불신의 목소리라기보다는 교단을 사랑하는 애정 어린 상두소리였다. 그리고 삼복염천 우중에 영모전 광장에 텐트를 치고 미래포럼을 열며 기도를 이어갔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위단원들이 잘 해결할 것이다는 믿음으로 소리 없이 기다려준 대중도 있다. 그 침묵 역시 메아리 없는 골짜기의 상두소리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고자 교정원 양 원장과 수위단회 양 중앙은 보직을 다 내려놓았다.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묻고 싶다. ‘수위단회가 미래혁신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가?’ 회의 과정을 지켜보면 더한 부분이 많다. 논의 과정이 생략된 결의록만 보고되니 의지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침에 시작한 회의를 퇴근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과거에는 빈번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 상황따라 어떤 잣대를 내밀 것인지 늘 저울질한다. 교단혁신의 과제들도 교화의 활성화도 각자 임하는 그곳에서 스스로 종법사가 되고 교정원장이 되고 감찰원장이 되어 그 잣대를 들이대 보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교단 혁신의 상두소리에 합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매 순간  울리는 그 진실의 소리에 충실하며 다시 한 발 앞으로 가기를. 그래서 화합동진으로 교단 4대 희망의 문을 활짝 열어가자.

 /둔산교당

[2021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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