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위원장
김도훈 위원장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시기이다. 세계적인 외교 문제에서도 국내 정치 문제에서도 그 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것을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어떤 현안이 불거져 정책과제로 떠오르거나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 여야 사이는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는 언론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조차 상대방의 태도나 발언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면서 서로를 비난하기 일쑤이고 그 비난이 다시 더 강한 반발을 불러와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일상사로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어려운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라는 것이 모두가 알고 있는 해법이다. 그렇지만 그 대화 방법에 진정성이 들어 있는가에 따라 소통의 질은 달라진다. 정부 전체나 각 부처 차원에서도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창구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런 정부의 노력이 진정한 소통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인식하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소통 창구들이 정부의 의도를 홍보하는 일방적 도구로만 쓰이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통 부재의 문제가 우리 교단으로 옮겨와 초미의 과제가 되고 말았다. 어찌 됐건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의 정신이 들어 있는 교전·교서를 경솔하게 다뤘다는 원죄를 지은 수위단회 전체는 그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계기로 수위단회가 그 책임을 통감해 결단을 내리고 교단 혁신의 길을 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 위기의식을 함께하며 몇 차례의 긴급 수위단회를 열고 수위단원들은 그 해결방법을 논의하며 마음을 열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격론을 벌이며 공의를 모은 결과는 결국 모두가 합의한 짧은 사과문, 호소문 등의 형태로만 대중에게 전달되고 만다. 그런데 그 짧은 글만으로는 대중에게 수위단회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 소통 부재 현상이 길어지면서 급기야 종법사의 사퇴 발표라는 미증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수양에 정진하시던 좌산 상사, 경산 상사 두 분께서 수위단회를 찾아와 꾸중에 가까운 지침을 주시면서 교단 화합을 강력하게 주문하시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 꾸중 속에는 과거 교단이 지금과 비슷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모든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면 저절로 해결책이 마련됐다는 말씀이 핵심으로 들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과거에 비해 원불교 교단은 규모도 커졌지만, 그 규모의 증가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구성원들의 교단을 향한 인식의 차별화가 진행돼왔다. 구성원들이 처한 교화 환경의 차이, 교단의 혁신 방향에 대한 인식 차이, 교단의 아름다운 전통 유지와 시대 변화에 대한 부응 필요성 사이의 간극, 인사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 등등 그 차별화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왔다. 

이러한 인식의 차별화를 끌어안기 위한 교단의 진정성 있는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차별화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그런 노력들이 차별화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소통 기제 및 소통 노력 모두가 부족해 오히려 또 다른 오해를 양산하기 일쑤인 악순환이 진행되어 온 셈이다. 

교단의 어른들이 강조한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이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 또한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미래 교단 혁신의 최대 화두도 바로 소통 부재를 해소하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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